고혈압 치료제로 폐암 예방할 수 있다...서울대 연구팀 밝혀

기존 고혈압 치료제 칼슘채널 차단제가 흡연자의 폐암 발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약이어서 추가 연구 없이 폐암 예방제로 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이호영 서울대 연구팀이 흡연의 폐암 유발 과정을 규명, 칼슘채널 차단제(암로디핀)를 이용한 폐암 예방법을 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고혈압 치료제로 폐암 예방할 수 있다...서울대 연구팀 밝혀

연구팀은 담배 내 발암원인 `니코틴 유발 니트로사민(NNK)` 등의 폐 상피세포 암화 과정을 밝혀냈다.

NNK는 세포막에 통로를 열어 칼슘이 `채널(VDCC)`을 통해 세포 속으로 유입되게끔 자극한다. 칼슘은 암세포 형질 변환에 영향을 미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를 활성시킨다.

흡연에 의한 폐 발암 기전에 대한 모식도
흡연에 의한 폐 발암 기전에 대한 모식도

연구팀은 사람 폐 상피세포에 암로디핀을 투여했다. 암로디핀은 칼슘채널을 차단, 세포 내 칼슘 유입을 막고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활성화를 방지했다.

암로디핀 폐암 억제 효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베이스(DB) 분석으로도 확인됐다. 암로디핀을 사용하는 고혈압 환자군 폐암 발병률은 다른 약 이용자의 70% 수준이다.

연구팀은 암로디핀의 임상시험, 드럭 리포지셔닝이 이뤄지면 곧바로 폐암 예방제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임상 적용이 가능한 폐암 예방법은 없었다.

이호영 교수는 “이번 성과는 암로디핀을 재창출해 폐암 예방법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칼슘채널 차단제가 임상 시험을 거쳐 효과 높은 폐암 예방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