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CF 등 국제기구서 실속부터 챙겨라

수출입은행의 녹색기후기금(GCF) 이행기구 승인이 좌절될 위기다. GCF가 지난 12∼14일 개최한 14차 이사회에 신청한 GCF 이행기구 승인 건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행기구는 GCF가 결정한 사업 실무를 맡는다. 사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도 건의할 수 있다. 그 만큼 이행기구는 GCF의 핵심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수출입은행은 GCF 이행기구가 되기 위해 3년을 준비해 왔다. 요구하는 자료가 수천 쪽이어서 컨설팅그룹을 선임해 자문을 받았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행기구 승인은 물거품될 상황이다. 미국 등은 반대 이유를 수출신용기관이면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미국은 수출입은행을 이행기관으로 승인했다간 중국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CF 이사회는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다. 미국의 완고한 반대가 바뀌지 않는 한 수출입은행의 이행기구 승인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GCF 이사회에서 아예 발언권이 없다. 24개 이사국에 포함되지 못해서다. 10월 이사회에서 사무총장 배출도 실패했다. GCF 정책 결정에서 입김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사무국을 두고 있고 1억달러 공여를 약속했지만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GCF를 보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연상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해 5년간 4조원 이상을 출자하기로 했다. 그 덕분에 힘겹게 부총재 자리를 확보했지만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일탈로 부총재직을 허공으로 날렸다.

우리나라는 GCF나 AIIB에 5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핵심 요직에서 밀려나 주요 정책 결정에서 빠져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GCF나 AIIB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찾지 못할까 걱정된다. 제목소리를 못내고 겉돌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정부는 정신 바짝 차리고 실익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