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신동빈 "2021년까지 40조 투자·7만명 신규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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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2021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은 앞으로 3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로 드러난 문제점을 사과하며 새로운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과 정책본부 주요 임원, 24개 계열사 대표가 참석했다.

신 회장은 “(롯데는) 복잡한 지배 구조와 권위주의 의사 결정 구조로 국민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사회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질적 성장을 추진,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가장 먼저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룹 총수 일가가 검찰에 비리·횡령 혐의로 소환된 사상 초유 사태를 감안한 것으로 경영 투명성에 중점을 둔 조치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롯데는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위원회를 필수 조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2017년부터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채용 규모를 늘려 오는 2021년까지 7만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신입 공채 채용 인원 가운데 여성 인재 비율은 40% 수준으로 유지한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은 앞으로 3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대상자는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 기타 계열사 2000명이다.

같은 기간에 40조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연평균 8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시설, 인프라, 신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검찰 수사로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한다. 롯데는 현재 신 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을 감안, 앞으로 기소 내용 등을 주시해 가면서 상장 주관사 및 유관 기관과 협의한다. 신 회장이 실형을 받아 수감되면 호텔롯데 상장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앞으로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전환, 그룹 지배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우량 계열사 상장도 검토한다.

신 회장은 “주주를 다양하게 구성해 글로벌 기업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호텔과 면세 사업에 재투자, 경쟁력을 기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개 숙인 신동빈 "2021년까지 40조 투자·7만명 신규 고용"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는 설립 12년 만에 사실상 해체한다. 그동안 계열사 간 의사 결정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했지만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책본부가 인수합병(M&A) 등 과정에서 그룹 차원 횡령·배임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현재 7개 부서와 300여명의 근무 인원으로 구성한 정책본부를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최소화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앞으로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그룹 경영 세부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경영권 분쟁을 더 이상 혼란 없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