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년전 인류 화석에서 오른손잡이 흔적 발견

현생 인류의 90%는 오른손잡이다. 그럼 인류 조상도 오른손잡이가 많았을까.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과학자들이 간단한 방법으로 원인(原人)이 주로 사용했던 손을 알아냈다.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180만년전 인류 `호모 하빌리스` 화석을 조사해 이 화석의 주인공이 오른손잡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리는 간단했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단서는 앞 이빨이었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자를 때 이빨을 `제 3의 손`으로 사용한다. 오른손잡이라면 이빨로 고기 한쪽 부분을 문뒤 왼손으로 다른 쪽을 잡고 오른손은 도구를 잡고 고기를 자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구가 이빨을 스치면서 이빨 표면에 왼쪽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긁힌 흔적을 남긴다. 연구팀은 이 화석에서 긁힌 흔적의 47%인 559개가 오른손으로 커팅한 흔적임을 밝혀냈다. 왼손으로 자른 흔적은 11%였다. 화석이 주인공이 오른손잡이임이 증명된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180만년전 인류화석에서 오른손잡이의 흔적을 찾았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180만년전 인류화석에서 오른손잡이의 흔적을 찾았다.

호모 하빌리스는 약 240만년~140만년전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원인이다. 학명은 능력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 화석이 처음 발견됐을 때 `핸디 맨(Handy Man)`이라 불렸다. 최초로 도구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이후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되어 훗날의 호모 사피엔스가 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인간으로 오는 도중의 첫 번째 단계 원인이다. 결국 도구의 사용이 오른손잡이 흔적을 남긴 것이다.

이번에 오른손잡이로 판명된 화석은 가장 오래된 오른손잡이로 알려진 화석보다 약 130만년 앞섰다. 43만년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오른손잡이 흔적을 발견한 것이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다.

오른손잡이가 고기를 입에 물고 도구로 고기를 자를때는 왼쪽위에서 오른? 아래로 긁힌 흔적이 남게 된다
오른손잡이가 고기를 입에 물고 도구로 고기를 자를때는 왼쪽위에서 오른? 아래로 긁힌 흔적이 남게 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원인이 사용한 석기의 흔적으로 어떤 손잡이인지 알아냈다. 오른손잡이가 석기를 만들 때는 왼손으로 돌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내려치는데 이때 떨어져 나간 조각에는 특정한 뒤틀림의 패턴이 있다. 또 원인이 썼던 이쑤시개의 마모된 패턴을 분석해 주로 쓰는 손을 알아내기도 한다.

주로 사용하는 손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학술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주로 사용하는 손의 등장과 좌뇌 우뇌 영역 구분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본다. 인류가 다른 동물과 달리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진화과정에서 두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과가 원인도 현생인류처럼 오른손잡이가 90%였다고 판단내리기에는 표본이 부족하지만 향후 연구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