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심의,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리지 말아야

`예산 국회`가 본격 시작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8일까지 사흘 동안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 질의를 진행한다. 다음 주 부처별 심사에 이어 다음 달 7일부터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른바 `슈퍼예산`이다. 일자리 창출, 경제 활력 제고에 역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이번 예산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야당이 주장한 법인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다가 송민순 회고록 파동에 이어 개헌 정국의 불똥이 튀어 정치 현안에 묻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최순실 게이트`에 묻힐 공산이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추진을 선언한 그 이튿날 연설문 사전 유출과 관련,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연설문 유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제 예산 국회의 최대 변수는 `최순실 게이트`가 된 것이다.

이번 예산 국회는 최순실씨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보니 정상 진행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경제는 쏟아지는 악재로 위기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나라살림을 좌우하는 예산 심의를 소홀히 했다간 우리 경제는 희망의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

지금 20대 국회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예산 심의와 최순실 게이트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헛돈이 되지 않도록 깐깐하게 살펴야 한다. 선심성 예산이나 쪽지 예산은 과감히 잘라 내고 새는 구멍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