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생산성본부 시설공사 분석해 보니

일각에선 통합 발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발주 기관이 건설사에 일괄 일임하는 만큼 관리도 수월하다.

하지만 실제 통합 발주가 낙찰 가격보다 높은 공사 비용이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공사 기간도 늘어 발주 기관에는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는 국내에서 발주된 127건의 시설 공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리 발주와 통합 발주 경제성을 따져 보기 위해서다.

결론은 분리 발주가 0.2% 공사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통합 발주는 공사비가 오히려 4.4% 늘었다.

전체 공사 낙찰가와 실제 들어간 공사비를 비교하면 분리 발주 낙찰금은 1008억원, 최종 공사비는 1006억원이다.

통합 발주의 경우 낙찰금은 590억원이었지만 최종 공사비는 616억원이 들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공사 규모가 클수록 분리 발주에 의한 공사비 절감 효과가 커졌다”면서 “분리 발주의 경제 효율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119안전센터 실증분석 사례`를 보면 분리 발주 효과를 알 수 있다. 대월119안전센터 청사 리모델링 공사 등 분리 발주한 5개 공사는 낙찰 가격이 총 869억원이었다. 실제 공사 원가는 856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남부119안전센터 구조대 리모델링 공사 등 통합 발주한 5건은 총 낙찰 가격이 858억원이었다. 공사비는 880억원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

119안전센터 공사 원가를 분석했을 때 평균 공사비는 분리 발주 1억7600만원, 통합 발주 1억7100만원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증축 연면적(㎡)을 따졌을 때 연면적당 건축비는 분리 발주 45만4843원, 통합 발주 67만6123원으로 분리 발주가 훨씬 경제성이 있었다.

통합 발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는 분석도 있다. `119 안전센터 발주 방식별 공사기간 비교` 결과 가남119안전센터 증축 공사 등 분리 발주 12건이 입찰 때 115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공사 기간은 1188일로 38일 연기됐다. 약 3.3%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과천소방서119안전센터 대기실 리모델링 등 통합 발주 8건은 기존 예정일보다 공사 기간이 15.3% 늘었다. 예정일 505일에서 실제 공사 기간은 77일 연기됐다.

분리 발주보다 통합 발주의 공사 기간이 더 늦춰진다는 의미다.

생산성본부는 “(통합 발주의 하나인) 턴키 방식이 공사 기간 단축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턴키 방식이 공사 기간을 더 연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사 예정 기간을 100일로 가정하면 턴키 공사는 평균 15일, 분리 발주는 3일 각각 지체됐다”고 분석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통합 발주 방식이 과도한 건설 비용이 드는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다. 턴키나 대안 공사 방식은 예산 금액을 기준으로 발주, 최대한 예산 금액에 근접하게 투찰하는 구조다.

권익위는 “기본 설계서를 토대로 개략 공사비만 산출하게 돼 예산 금액에 근접한 투찰이 불가피하다”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예비비를 투찰 가격에 포함시켜서 불필요한 과잉 설계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효율 관리해야 하는 공공 기관이 통합 발주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더 들 것”이라면서 “공공 기관의 운영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