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2차원에서 3차원으로, 메이커스의 시대

문경일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리서치센터장
문경일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리서치센터장

문경일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리서치센터장

구텐베르크, 벤자민 프랭클린 그리고 휴렛-패커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하나의 원본에서 수많은 복사본을 만드는 일, 즉 인쇄를 통하여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는 나중에 동업자인 요한 푸스트에게 소송으로 인쇄소를 빼앗기게 되긴 하지만)

인쇄를 문명사적으로 보면 지식을 확산하고(르네상스의 원동력은 그리스고전의 인쇄였다), 혁명을 일으키며(루터의 96개조 반박문은 인쇄를 통해 불과 2주 만에 독일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근대 미디어의 탄생(수많은 신문, 잡지를 보라)을 가져왔다. 이게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새로운 직업들이 나타났다.

앞으로도 인쇄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충무로 등에 있는 수 없이 많은 인쇄소에서도 여전히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2차원의 종이에 하는 인쇄를 넘어서 3차원의 인쇄가 화두가 되고 있다. 바로 3D 프린터이다. 3D 프린팅은 디지털화된 파일을 이용하여 한 켜씩 재료들을 출력해서 쌓는 방식으로 무한한 3D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는 필라멘트 위주의 출력물이 주종이나, 음식을 만들거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 중이다.

인쇄라는 기술이 정보전달니즈와 결합되어 거대 미디어산업을 만들고, 디지털과 결합하여 수많은 제품을 만들어 내듯이, 3D 프린터도 CNC, 레이저커터기 등의 기존 장비와 함께 사용되는 새로운 직업군들-총칭해서 메이커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메이커스의 한 예를 들면, '디지털 카펜터스(digital capenters)'이다. 이는 디지털과 목수의 합성어로서 기존 목수가 하는 일들을 디지털화하여 기계가 대신 제품을 완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제품기획의 자유도가 높아지며,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목공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공유되는 무한히 많은 수치화된 모델링파일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화된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중점으로 하는 신직업군도 있다. 바로 '팹크리에이터(fab creator)'이다. 이는 3D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모델링 역량과 디지털 제작 역량을 동시에 갖춘 창작자를 키우고 있다.

메이커스 영역에서는 창작자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메이커스랩(3D프린터 등 장비를 갖춘 디지털공방)의 운영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직업이 가능하다. 바로 ‘메이커스랩 코디네이터(makers lab coordinator)'인데, 이는 메이커스랩에서 장비 이용방법을 교육하고, 이에 덧붙여 메이커 실습 키트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직접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분야이다.

이렇듯 3D프린터 및 메이커스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새로운 신직업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흡사 인쇄가 처음 상용화된 이후에, 다양한 잉크가 개발되고, 인쇄소가 생기고, 여러 영역으로 퍼지면서 다양한 산업군을 만들어 가는 것과 흡사하게, 3D프린터를 포함한 메이커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술(필라멘트)이 개발되고, 생산되고(메이커스랩), 유통되면서 수많은 직업군들, 그리고 그에 따른 인류문명의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