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킹 우려 미 대선 `강 건너 불 아니다`

며칠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해킹` 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외신은 1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보안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1월 8일 대선 당일 해킹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날 “윈도의 보안 허점을 악용, 러시아 정부와 관련한 해커 집단이 미국 정치 기관을 공격했다”고 밝혀 해킹의 우려를 더했다.

미국 대선이 해킹으로 엉망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집단이 민주당 지도부 이메일을 해킹,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곤경에 몰아넣기도 했다. 그동안 이 사건을 조사해 온 당국은 최근 러시아에 이를 공식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며 발뺌하고 있다.

[사설]해킹 우려 미 대선 `강 건너 불 아니다`

미국 주 정부의 취약한 투표 시스템도 걱정을 더한다. 이미 40개가 넘는 주정부는 연방 정부에 “해킹 위험이 있으니 투표 시스템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 연방 정부를 당혹케 했다. 주 정부 투표 시스템을 점검, 보완하려면 1~2주일이 필요하지만 대선이 1주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려대로 선거 당일에 조그마한 해킹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세계 최고 이벤트인 미국 대선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표를 적게 받은 후보는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질 것이다. 공교롭게도 MS가 해킹 취약점을 발표한 날 영국 정부는 사이버 보안 강화에 앞으로 5년 동안 약 2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 눈길을 끌었다. 미국 대선이 해킹 위험에 노출된 건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해커 놀이터`라는 오명을 받아 왔다. 현재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의 보안 의식은 미미하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보안 예산은 늘 `쥐꼬리`다. 우리도 내년에 대선을 치른다. 보안 시스템은 물론 전자투표 전반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