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PC를 넘어]<5> 인텔, 3D크로스포인트로 韓메모리 업계 위협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인텔은 1985년 D램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PC, 서버에 탑재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집중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분야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인텔은 다시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3D 크로스(X) 포인트 메모리`를 무기로 내세웠다.

작년 7월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으로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기술을 공개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CPU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인텔이 새로운 기술 방식의 메모리를 적극적으로 밀게 된다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텔은 곧바로 중국 다롄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D램 사업 포기 이후 마이크론과 합작사를 만들어 낸드플래시 칩을 공급받기도 했으나 본격적으로 생산에 참여하진 않았다. 인텔은 30년 만에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는다. 대용량 구현도 가능하다. 성능은 낸드플래시보다 낫다고 인텔과 마이크론은 주장한다. 인텔 발표에 따르면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빠르다. 데이터 접근 시간이 1000배 빨라졌다는 것은 지연시간(latency)이 줄었다는 의미다. 재기록 횟수를 나타내는 내구성 역시 1000배 높다.

인텔은 새로운 메모리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조만간 3D 크로스포인트를 내장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옵테인`을 상용화한다. 인텔은 옵테인의 임의 읽기와 쓰기 수치가 기존 낸드플래시 SSD 대비 5~7배 빠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버 등에 탑재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D램 슬롯인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에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모듈 형태의 제품도 출시한다. 이른바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Non Volatile Dual In-line Memory Module)이다. 이 모듈을 활용하면 D램을 탑재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작동한다.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의 속도는 D램보다 느리지만 대용량,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이라는 특징을 가졌다. 고용량, 고속 데이터 처리 능력을 요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분석용 서버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업계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합친 하이브리드 NVDIMM으로 시장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컴퓨팅 시스템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CPU 분야를 이끌고 있는 업체로 부속 제품인 메모리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영향력을 무기로 앞세운다면 재차 공략하는 메모리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를 위협할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