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 IT, 적응하는 자가 생존한다

[자동차칼럼]자동차 IT, 적응하는 자가 생존한다

자동차 시장은 이머징 마켓에서의 신규 진입자를 제외하면 오랫동안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한 시장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포드의 포디즘이나 적시 생산 시스템이라 불리는 토요타의 생산시스템(TPS) 방식을 통해 내연기관과 차체 개선 모델 개발에 집중했고, 이를 중심으로 가치 사슬과 시장 진입 장벽이 형성됐다.

그러나 요즘은 전기라는 새로운 동력원과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많은 이종 사업자로부터 차세대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위협받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는 바퀴 달린 IT 기기처럼 변화되고 있다. 이는 IT 산업과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미국 기업들은 물론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도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차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차

구글은 오지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열기구와 태양광 드론을 활용한 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소형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망 확대의 일환으로 스페이스X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러한 투자 활동은 지능형 자동차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아이디어를 따라잡기 어려운 판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78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 보유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라고 답했다. 애플은 또 2019년(혹은 2021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엔디비아의 딥 러닝 전문가 조너선 코언을 영입했다. 애플도 IT 기능화한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을 장기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자동차 부품, 액세서리, 완성차에 대한 각종 정보와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곧 판매 영역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IT 기업들의 발걸음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그들만의 통신 인프라, 판매 방식, 재생에너지, 차량운용체계(OS), IT 플랫폼 등의 생태계를 만들면서 성장하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협 속에 자동차 업계의 생존 방향성은 무엇인가. 자동차는 소형 저가 모델이라 하더라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20~30배 이상에 이르는 고가 제품인 만큼 교체비용이 높은 내구 소비재에 속한다. 또 자동차 제품의 주기는 IT 기기와 달리 5~10년으로 사이클이 길어서 교체 수요 창출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IT 산업과는 차원이 다른 자동차 사이클을 감안할 때 e-모빌리티(전기차에 커넥티드 기능과 자율주행 기능을 통합)의 진화는 생각보다 더디고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시장 예측 기관들이 최근에 2020년 전기차 시장 형성 비율 4~5%를 2025년으로 변경하는 움직임이 그 근거의 하나일 것이다.

자동차가 e-모빌리티로 주는 가치는 최고의 모바일 기기를 갖춘 인포테이먼트로서의 이동수단(Transfortation) 방향 발전과 인간에게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의 욕구를 채워 주면서 편리해진 똑똑한 자동차로의 진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IT업체는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및 소프트웨어(SW) 콘텐츠의 강점을 넘어 지구상 모든 사물의 IoT화를 시도하고 구축하며 확대해 나갈 것이다. 기존 자동차업체는 내연기관의 기술 효율화, 시장 고객 정보, 차량 생산 관리 및 차량 운전자 정보 관련 서비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e-모빌리티 기능을 빠르게 흡수한다면 시장 형성이 미진한 전기차 시장의 형성 이전에 `드라이빙 & 스마트`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IT 업체들이 수평식 제품 개발과 오픈 소스 방식 콘텐츠 개발에서 자동차 업체보다 노하우가 강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는 이런 방식의 개발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IT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앱) 분야에서 콘텐츠&서비스 창출 및 비즈니스 사업화 모델 개발·판매 등의 노하우를 쌓아 간다면 이종 산업의 위협이 자동차 산업 변화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자보다 적응하는 자가 생존한다고 한다.

이수원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쌍용자동차 연구소장 전무 soowon.lee@smot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