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편의점·주민센터가 물류 허브"...유통가, O2O `라스트 마일` 격전

온라인 유통업계의 `라스트 마일(Last Mile)` 경쟁이 뜨겁다. 라스트 마일은 최종 목적지로 배송하는 마지막 물류 단계다. 각 사업자는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온라인 쇼핑 특성을 감안, 유일한 대면 접점인 배송 서비스에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유통가는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 및 택배사와 온·오프라인연계(O2O) 물류망 구축에 분주하다. 언제 어디서나 주문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슈분석]"편의점·주민센터가 물류 허브"...유통가, O2O `라스트 마일` 격전

◇편의점을 향해 쏴라

편의점은 최근 국내 온라인 쇼핑 사업자에게 가장 주목받은 물류 거점으로 떠올랐다. 주택가와 직장 근처에서 쉽게 매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24시간 영업하는 업태 특성상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든지 주문 제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편의점 매장당 인구는 2011년 2390명에서 2014년 1973명으로 줄었다. 편의점 수가 지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편의점 점포는 2만6020개로 집계됐다. 2011년 1만6937개이던 것을 감안하면 연 평균 2만개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가 편의점 사업자와 잇따라 손을 잡는 이유다.

편의점은 주문 상품을 수령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편의점을 가장 많이 방문한 연령대는 20대로 32.8%다. 그 뒤를 30대가 31.9%로 이었다. 이들은 온라인·모바일 쇼핑 주요 고객층이다. 주문 상품을 편리하게 수령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잠재 고객을 끌어들인 셈이다.

롯데닷컴은 계열사 세븐일레븐과 롯데백화점에서 각각 `스마트픽`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자신이 지정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세븐일레븐은 배송 완료 시점부터 닷새까지 해당 제품을 보관한다. 롯데닷컴은 지난 1~9월 스마트픽 상품군에서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많은 매출을 벌어들였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이달부터 CU에서 편의점 택배 픽업 서비스를 운용한다. 대형 가구 등 일부 제품을 비롯한 모든 티몬 배송 상품을 전국 1만여개 CU 매장에서 24시간 찾을 수 있다.

티몬은 최근 패션과 뷰티 제품에 한해 적용한 `편의점 반품` 서비스 범위를 가전, 홈데코, 컴퓨터디지털, 가구를 제외한 모든 카테고리로 확대했다. 티몬 고객은 편의점 한 곳에서 상품 수령과 반품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티몬은 물류센터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용 절감은 물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이슈분석]"편의점·주민센터가 물류 허브"...유통가, O2O `라스트 마일` 격전

이베이코리아는 GS리테일 편의점 GS25와 손을 잡았다. 지난 9월부터 가까운 GS25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상품을 찾을 수 있는 무인 안심 택배함 `스마일 박스`를 운용한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다세대 주택 거주자 등 정규 배송 시간에 택배를 수령하기 어려운 고객을 겨냥했다. 현재 서울 관악구, 송파구 등지의 50여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G마켓, 옥션, G9에서 상품 구매 때 스마일 박스를 설치한 GS25 매장을 배송지로 지정하면 된다. 택배가 도착하면 주문자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발송한다. 스마일 박스 키오스크에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4시간 전담 콜센터를 운용한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라스트 마일이 온라인 쇼핑업계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스마일 박스는 배송이나 반품에 불편을 느낀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 주민센터에 맡겨 주세요”

물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온라인 쇼핑 사업자도 등장했다. 주민센터, 도서관, 공영주차장 등 접근성 높은 공공 인프라를 활용하는 형태다.

GS샵은 최근 전국 14개 지자체와 협력한 `안심택배`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의 가정 대신 곳곳에 마련한 무인택배 보관함으로 주문 제품을 배송 받는 형태다.

GS샵은 현재 전국 226곳에 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지하철, 주민센터, 문화센터, 도서관, 공영주차장 등을 시작으로 서비스 범위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GS샵에서 상품 주문 때 `안심택배함으로 받기`를 선택해 원하는 지역 택배함을 고르면 된다. 택배가 도착하면 휴대폰으로 택배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전송한다. GS샵은 기본 배송비 외 별도 비용을 추가하지 않는다. 상품 도착 48시간 이후에는 24시간당 1000원을 추가 비용으로 부과한다.

GS샵 관계자는 10일 “빌라, 원룸 등 택배를 위탁하기 어렵거나 안정상 이유로 택배를 직접 받지 않은 고객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슈분석]"편의점·주민센터가 물류 허브"...유통가, O2O `라스트 마일` 격전

SK플래닛 11번가는 서울시와 손잡고 여성 고객을 위한 무인 택배함 서비스 `여성안심택배`를 운용한다.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워 온라인 쇼핑 경험이 많은 20~30대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여성 1인 가구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시내 160곳에 무인 택배함 3200여개를 설치했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 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는 62만명을 웃돈다.

해당 서비스는 11번가에서 상품 주문 때 여성안심택배를 선택한 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택배함을 선택하면 된다. 택배기사가 주문한 물품을 보관함에 넣으면 고객에게 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달한다. 이용 요금은 무료다. 물품보관 시간이 48시간을 넘으면 하루에 1000원씩 과금한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배송 시스템은 과도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획일화한 서비스 제공에 그쳤다”면서 “신속하고 안전한 것은 물론 고객 감성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화한 배송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