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게놈`, 신약개발부터 화장품, 건강식품까지 `몸값` 높아진다

쎌바이오텍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제2 게놈`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몸속 미생물 현황에 대한 분석 서비스는 물론 신약, 건강식품, 생활용품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유전체 분석 기업, 제약사, 생활용품 업체로까지 확대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 유전정보다. 장내, 표피, 구강, 기관지, 생식기 등 각 영역에 분포한다.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보다 100배 이상 많다. 생체대사 조절, 소화능력에 영향을 미쳐 `제2 게놈`으로 평가받는다.

미생물을 이용한 병원성 세균 억제 모식도<자료: 김건우 서강대 교수 제공>
미생물을 이용한 병원성 세균 억제 모식도<자료: 김건우 서강대 교수 제공>

마이크로바이옴 출발은 미생물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관심 대상이다. 장에는 약 100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산다.

천랩은 장내 미생물 유전체를 해석하고 질병과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맞춤형 건강관리, 치료법을 제시한다. 6월 미국 보스톤에서 개최한 미국미생물학회(ASM)에서 웹 클라우드 미생물 DNA 분석 서비스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미생물 DNA 분석이 필요한 연구기관, 기업은 홈페이지에 데이터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분석 값을 얻는다. 이르면 내년 국내에도 서비스를 개시한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유사한 서비스 출시를 계획한다. 엠디헬스케어와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내년 정식 출시한다. 미생물 유전정보는 물론 미생물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출되는 나노소포까지 분석해 건강한 미생물 전환을 돕는다. 대장암을 포함한 각종 암에 효과적인 나노소포 기반 신약 개발도 추진한다. 정밀진료 일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집중한다. 최근 바이오뱅크힐링이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해 연구개발(R&D), 사업화를 본격화한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15분마다 분열해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어낸다”면서 “변화가 불가능한 기존 유전자와 비교해 질병을 치료할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장내 미생물 일종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전정보를 분석해 건강기능 식품과 화장품을 개발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듀오락 골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임상시험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 개선과 장내 유익균 증가를 확인했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의 항균 효과를 활용해 여드름 전용 화장품도 개발했다.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국가에 판매 중이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개발부터 배양, 완제품 생산, 마케팅까지 가능한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식품업체는 유산균 함유량이 높은 김치부터 구강 미생물을 위한 치약, 여성 생식기 미생물 건강을 돕는 여성제품 등도 개발 중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연구개발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미국은 2008년부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월 오바마 2기 정부 마지막 과학연구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계획`을 발표, 2년간 1억2100만달러(약 1400억원)를 투입한다. 중국, 일본 등도 2008년부터 연구에 착수, 우리나라보다 2~3년가량 기술력이 앞섰다. 반면 우리나라 연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예산은 10억원 안팎이다. 국가 차원에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