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뉴노멀 시대의 돌파구로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과학산책]뉴노멀 시대의 돌파구로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저성장과 양극화로 대표되는 뉴노멀 시대 도래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으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과학기술 활동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접근한다. 우리 사회의 도전 과제(societal challenge) 해결을 R&D 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고령화, 기후변화, 안전 문제, 보건·의료 문제, 양극화 문제 등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룬다.

특정 산업, 기업 육성이나 과학기술 분야 그 자체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전통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공공성 강한 활동이고, 우리 사회를 더욱더 지속 가능하고 살 만한 곳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형 R&D 추진 방식은 기존의 것과 확연히 다른 셈이다. 기술이 아니라 `사회문제`에서 시작한다. `문제해결`과 `최종 사용자`인 시민이 강조된다. 생활공간에서 최종 사용자와 연구자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실증·평가하는 참여형 혁신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국가 R&D처럼 정부와 소수 전문 조직이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참여, 혁신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한다. 정부 역할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위한 전략 연구와 자원 배분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가 조직화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신산업 형성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개별 기술·산업 분야가 아니라 여러 기술과 산업 영역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새로운 융합형 기술·산업 발굴 및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융합을 위한 융합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을 지향하면서 융합의 목적 및 방향을 제공, 새로운 기술과 산업 분야 개척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각 부처나 범부처 차원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R&D에는 과거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혼재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일부 과학기술 연구자는 여전히 산업 혁신 중심의 혁신 활동에 익숙해져 있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기존의 기술 개발 사업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한때의 유행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일부 연구자는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수행하면서 `리빙랩` 등과 같은 혁신 방법론을 도입하고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이 활용되고 서비스되는 최종 종착지까지 가서 제품과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연구실과 기업을 넘어 삶의 현장에 과학 기술을 연결시키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실용화를 모색한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교착 상태에 빠져서 사회의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는 R&D 사업을 혁신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 기업을 위한 연구를 넘어 국민을 위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또 문제해결 지향성을 통해 기술 실용화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이다. 나아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 창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는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jeseong@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