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창조경제]政爭에 휘둘리는 스타트업 양성 예산

스타트업 양성 예산이 정쟁에 휘둘리고 있다. 서울시가 가장 먼저 칼을 뽑아 들었다. 서울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서울혁신센터)의 연간 지원 예산 2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혁신센터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서울혁신센터의 운영은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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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센터는 지난해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국비 12억원, 서울시가 지원하는 지방비 10억원을 기반으로 문을 열었다. 올해는 국비 27억원, 서울시 20억원으로 운영했다. CJ는 지난해 전담 기부금 7억원을 냈고, 올해는 내지 않았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16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50만원씩 주는 청년 수당은 150억원으로 늘리고, 밤을 새워서 혁신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 대한 공간 지원 비용 20억원을 잘라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스타트업 양성에 `정치성 프레임`을 들이댄 것으로, 앞으로 스타트업 프로그램 지원이 위축되고 입주 기업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일 서울혁신센터와 맺은 업무협약서(MOU) 내용도 백지화했다. MOU 2조 1항에는 `혁신센터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및 행정·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내년도 재정 지원을 끊으면서 1년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는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보류하면서 조만간 다시 예결위를 열기로 논의했다. 야당은 창조경제 예산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도 창조경제 관련 예산 편성 금액은 올해(862억8800만원)보다 564억원 늘어난 1426억원이다. 이중 신규 사업은 전액 삭감, 운영되고 있는 사업들도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기술기본법에 재정 지원 관련 규정이 있지만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면 사업은 어려워진다”면서 “어렵게 키워 놓은 창업의 열기가 식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의 갈등으로 중단된 `청년활동 지원 사업(청년수당)`의 내년도 예산을 올해의 2배인 150억원으로 편성, 내년에는 월 5000명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 동안 지원한다. 청년수당은 교통비, (토익)시험 응시료 등 취업 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금을 직접 준다는 것이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키고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 현재 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