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중·일, 자율주행차 각축

세계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기업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한·중·일 3국도 뛰어들었다.

자동차 산업은 최근 가장 빠르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분야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전기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지도를 바꿔 놓을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편승, 한·중·일 3국은 자율자동차 부문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한·중·일 3국은 글로벌 전자 시장을 이끌어 왔다. 이를 무기로 전자와 자동차를 융합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인 만큼 업계는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토요타 프리우스
토요타 프리우스

◇한국, 전기 자율주행차 첫선

현대자동차는 최근 열린 `2016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 전기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전기 자율주행차는 전기차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로,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 가운데 완전 자율주행 수준을 의미하는 레벨4를 만족시킴으로써 시선을 모았다. 라이다 시스템을 비롯해 차량에 장착된 기술로 차량의 정확한 위치와 주변 차량, 사물을 감지할 수 있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아이오닉 전기 자율주행차 주행을 시연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주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쏘울 전기차 등 미래형 친환경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는 등 자동차의 완벽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차를 상용한다는 목표다.

지난 14일 미국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삼성전자는 하만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술과 자사의 모빌리티, 5G 네트워크 관련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한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완성차 개발보다는 두 기업의 강점을 통합한 티어1(1등급 공급업체) 스마트카 부품 회사를 지향한다.

삼성과 하만 경영진은 “삼성전자의 부품·통신망 기술과 하만이 쌓은 고객망, 커넥티드카 역량을 융합해 완벽한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내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자율주행차에 사용될 다양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와 자동차를 연동, 스마트 기기로 시동을 걸고 주차도 구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통해 4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는 청라지구 인천 캠퍼스에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에 공급할 11종의 부품을 생산하는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도 최근 국토교통부에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신청하는 등 허가증 발부를 위한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부터 국토부는 자율주행 시험 운행 구간 지정 방식을 네거티브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면 일부 제한된 도로를 제외한 전국의 일반 도로 대부분에서 주행이 가능하다. 네이버가 임시 운행 허가를 받으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면허판을 받게 된다. 네이버는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실제로 돌아다니는 물체를 인식하고 회피하는 인지 기술에 초점을 두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 온 비전 기술, 딥러닝,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완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4 수준에 이른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

◇일본,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일반 도로주행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올해부터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시작하는 등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운전석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게 최종 목표다.

토요타자동차는 올해 자율주행차 차로 변경 및 추월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개발에 1조700억엔을 투입한다.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규모다. 토요타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로 변경을 하고 추월도 가능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

닛산자동차도 2020년까지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는 자율운전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닛산자동차는 사람과 차량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센서 성능 향상을 위해 올해 R&D비를 지난해보다 5.3% 늘린 5600억엔으로 책정했다.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6개 기업은 고정밀 3차원 지도 등 자동차 자율주행에 필요한 8개 분야의 공동 연구에 나섰다. 2020년 일반 도로 주행을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있으며, 표준 기술 확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차 대기업 6개사 외에도 덴소, 르네사스테크놀로지, 파나소닉 등 부품 대기업 6개사도 공동 연구에 참가한다.

일본 정부는 내년 9월께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반 동안에 걸쳐 수도고속도로, 도메이고속도로, 신도메이고속도로 등 약 300㎞ 구간과 도쿄의 임해 지역 일반도로 등지에서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실험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실용화를 위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중국, 2030년 자율주행차 10%로 확대

중국에서는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가 자율주행차를 선도하고 있다. 바이두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두는 중국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다.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전체 차량의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100% 완전 자율 주행은 아니지만 높은 기술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은 2025년까지 10~20%로 확대키로 했다.

중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주행차 시범구 조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한, 상하이, 충칭, 우후 등은 무인자율 주행차 시범구가 조성됐거나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자동차 공장을 둔 도시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을 내세워 `자율주행차 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동차 굴기는 이제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대표로 꼽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거대 규모의 시장을 정부 주도로 바꾸면 미국을 넘어서는 자율주행차 대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국의 자동차 굴기는 한국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헤게모니 트렌드가 자율 주행으로 이동할수록 중국 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