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독자 CPU 코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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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시스템반도체 사업 강화해 IoT시대 먹거리로”

RISC V 재단 로고
<RISC V 재단 로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탑재될 수 있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제품군에 내장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는 오픈소스 CPU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ISA)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 V` 기반으로 32비트 MCU용 CPU 코어 개발 작업을 지난 상반기에 시작했다.

트랜지스터 1만~2만개가 집적되는 초저전력, 초경량 CPU 코어를 만드는 것이 개발 첫 과제다. 트랜지스터 2만개 이하면 영국 ARM의 초저전력 MCU 코어인 코어텍스-M0와 동급 수준이다. 코어 개발이 완료되고 이를 탑재한 MCU가 나오면 바이오 패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LSI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이 작업을 총괄한다. 업계에선 내년이면 상용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8890에 자체 설계한 커스텀 코어를 내장한 바 있다. 개발 역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MCU는 경량 마이크로프로세서다. 일명 `마이컴`이라고도 불린다. 밥솥·선풍기·헤어드라이어 등 전자제품의 간단한 기능 제어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MCU 사업을 키워 오다가 2013년 4비트, 8비트 MCU 사업을 미국 아이시스(IXYS)에 매각했다. 이후 관련 분야에 힘을 싣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IoT 시대로 접어들면서 MCU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면서 “ARM 코어를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RISC V 코어가 나올 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삼성전자는 모바일 AP에 탑재되는 덩치 큰 CPU 코어를 커스텀 제작한 경험이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독자 기술의 CPU 코어를 내장한 IoT MCU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삼성전자의 8인치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상용화에 성공한 바이오 프로세서 등 IoT용 아날로그 칩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ARM M0급 코어 개발이 우선 과제지만 결과가 성공이라면 조금 더 높은 성능의 코어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근래 사업 품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터치 칩은 이미 상용화했으며, 지문인식 센서 칩도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CPU 코어까지 갖추게 되면 명실상부하게 종합 시스템반도체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는 분석이다.

RISC V는 컴퓨터 연구와 교육 활동을 위해 미국 버클리대가 개발한 프로세서 아키텍처다. 2015년 하반기에 구글, 휴렛팩커드(HP),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엔비디아, 퀄컴 등이 연합해 RISC V 재단을 설립하고 ISA와 컴파일러 등 CPU 코어 개발 환경을 무료 오픈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붙는 메모리 컨트롤러, 퀄컴은 IoT용 경량 프로세서를 각각 독자 기술로 만들기 위해 RISC V를 활용하고 있다.

RISC V 확산은 CPU 코어 라이선스 사업을 벌여 온 영국 ARM에 부정적이다. ARM은 고성능 A, 실시간 연산에 최적화된 R, 저전력 MCU 등에 탑재되는 M CPU 코어 라이선스비와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RSIC V 코어를 기반으로 성공 사례를 다수 만든다면 고객사 이탈은 불가피하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