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중국 반도체 굴기에 제동…"아익스트론 인수 안된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국가 안보를 들어 중국 자본의 독일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FGC)에 대해 아익스트론(Aixtron)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하거나 막을 수 있다”며 “아익스트론 기술은 군사적 쓰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 중국 반도체 굴기에 제동…"아익스트론 인수 안된다"

미국 정부가 보안상 이유로 중국 기업의 사업 활동을 가로막은 것은 현재까지 세 번에 불과하다.

1990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항공 부품업체인 MAMCO의 인수를 저지했으며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오리건 해군 기지 인근에 중국 기업이 풍력 발전소를 짓는 것을 불허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명령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인수합병 제동 건의에 따른 것이다.

재무부,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17개 정부 부처 대표들로 구성된 CFIUS는 지난달 푸젠 그랜드 칩과 아익스트론 양사에 인수합병 계약 전면취소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발표에 “(푸젠그랜드칩의 아익스트론 인수는) 정상적 상업적 행위이므로 시장과 업계의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외부 세력이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정치적 개입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젠그랜드칩은 지난 5월 아익스트론을 총 6억7000만유로(79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최근 들어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 반대에도 줄줄이 부딪혀왔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 10월 푸젠그랜드칩이 아익스트론을 인수키로 한 계약에 대해 승인을 철회하고 재심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해 양국 관계에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