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한국형 크라우드 펀딩이 절실하다

[미래포럼]한국형 크라우드 펀딩이 절실하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다수의 대중(Crowd)이 자금(Funding)을 조달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정부 정책 자금이나 벤처캐피털 자금과 달리 다수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투자 방식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가능성을 검증 받을 수 있고 광고 채널로도 활용할 수 있어 높은 기술력과 함께 시장의 호응은 있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에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창업 투자의 활기를 불어넣고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1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본격 시행했다. 10월 현재 약 6000명의 투자자가 참여한 가운데 143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89개사가 펀딩에 성공함으로써 평균 투자 성공률 46%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제도 초기에 약 20%의 성공률을 보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업당 평균 조달 금액이 1억6000만원에 불과하며, 기업별 모집 한도인 7억원에 한참 모자라고, 일반투자자의 평균 투자금액은 142만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직은 안정 정착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지난 7월 65.1%의 성공률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 10월에 36.0%까지 내려왔다는 점에서 출시 초반에 반짝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고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속된 투자 성공 사례와 더불어 자금 회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돼야만 할 것이다. 또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정책과 함께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유치하는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는 투자 유치가 어려워서 정부 정책 자금에 절대 의존하는 국내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에도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통계로 보면 벤처캐피털을 이용한 스타트업 투자는 2010년 1조910억원에서 2015년 2조858억원으로 5년 동안 약 갑절 증가했지만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율이 3.3%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된다면 스타트업 기업의 주요 자금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혁신 스타트업을 촉진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스타트업 기업이 모바일, 웹서비스 등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다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스마트팩토리 관련 제조, 생산 등 전문화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정부나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 더욱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는 퇴직했거나 은퇴를 앞둔 장년 세대를 투자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과잉 투자 상태인 생계형 자영업의 투자를 회피하고 스타트업 투자로 순환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는 장년 세대가 가진 자금과 경험의 선순환을 불러옴과 동시에 청년 창업과 장년 멘토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사회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도 유용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벤처 창업이라는 것은 선진국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결론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국가에서는 신생 기업 투자 방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초 `크라우드 펀딩법` 시행 이후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해 지난 11월 7일 `크라우드 펀딩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발전 방안으로 광고 규제 완화, 투자 한도 증설 등 기존 크라우드 펀딩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의 국정 혼란으로 말미암아 국회 통과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이 정부의 올바르고 일관된 정책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와 함께 더 나아가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의 무능력 때문에 자본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 빨리 국정 운영이 정상화됐으면 한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이사 jason@thirau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