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경유착, 반드시 끊고 가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차 국회 청문회가 6일 열렸다. 대기업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참석한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대기업 총수가 청문회에 불려 나온 것도 지난 1988년 일해재단 비리 관련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이다. 규모도 사상 최대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편법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권력과 결탁했는지 여부다.

청문회를 앞두고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국민의 의지`를 내세워 최순실 사태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솔직히 사과하고 앞으로 정경 유착이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애초부터 대가성을 스스로 인정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가성을 인정하는 즉시 뇌물죄라는 중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이날 청문회 답변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전에 몰랐고, 대가성은 없으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수십~수백조원 규모 대기업의 총수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등으로 흘러간 돈은 세세하게 챙기지 않아도 되는 금액일 수 있다. 정권의 막후 실력자가 연루된 일이니 관례로 처리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덩치는 수십~수백배 커졌지만 기업 문화는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청문회에 앞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말했듯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려 해도 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어두운 이면은 가려지지 않는다.

물론 기업도 피해자다. 하지만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한 잘못의 한 축은 기업 몫이다.

최순실 사태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다. 기업이 소중하게 여기고 무서워 해야 할 대상 역시 소비자, 즉 국민이다. 정직한 기업은 국민이 그 어떤 권력보다 든든한 촛불로 뒷배를 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