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리콘밸리와 화해할까…다음주 업계 리더 초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간 소원했던 정보기술(IT) 기업인을 원탁회의에 초청했다. 선거 기간 사실상 적대 관계였던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선거 후에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양 측이 화해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이 IT업계 리더를 다음 주 14일 뉴욕으로 초청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청장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내정자, 피터 틸 인수위 고문 명의로 발송됐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실리콘밸리와 사실상 적대 관계였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인은 거의 만장일치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유일한 우군이었다. 그는 선거단 고문 역할을 했고, 지금도 새 백악관과 IT업계의 거의 유일한 가교다.

실리콘밸리 IT인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둔 것은 그의 강경한 발언과 정책도 한몫했다. 트럼프는 망 중립성에 반대하고, 실리콘밸리를 받치는 한 기둥인 이민자를 겨냥해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IBM이 해외로 일자리를 빼돌린다고도 주장했다. 많은 IT 업계 리더가 그의 발언을 뜨악해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에도 실리콘밸리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지난주 발표한 경제 분야 자문위원회에도 실리콘밸리 출신은 지니 로메티 IBM CEO가 유일했다.

이번 초청은 IT 업계를 대상으로 한 사실상 첫 번째 기술 원탁회의(Tech roundtable)로 아직 정확한 위치와 회의 의제는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참석을 거부한 인사도 나왔다. 시스코는 척 로빈스 CEO가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고 확인했다.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멕 휘트먼 CEO가 불참한다고 밝혔다. 구글, 페이스북, 인텔, 세일즈포스 등은 초대장 수령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영자는 트럼프 당선 직후 화해 제스처를 보내왔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링크드인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게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트럼프에게 전화 축하를 했다. USA투데이는 이번 소식을 보도하며 “기술 기업의 주요 경영진이 기술친화적인 어젠다를 새롭게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논평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