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재 연구현장을 찾아서]"합금 이론 한계에 도전하는 극저온 소재 개발"

김형섭 단장(가운데, 포항공대 교수)이 포항공대 고엔트로피합금연구소 개소 후 연구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김형섭 단장(가운데, 포항공대 교수)이 포항공대 고엔트로피합금연구소 개소 후 연구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고엔트로피합금연구단(단장 김형섭 포항공대 교수)은 올해 미래디스커버리 사업 일원으로 합류했다. 기존 이론으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합금의 한계`에 도전한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 잠재 응용 분야가 넓지만 연구단 목표는 명확하다. 극저온에도 견디는 소재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5개 이상의 원소가 거의 같은 원자비 조성으로 합성된 합금`을 포괄한다. 기존 이론 상으로는 5개 정도의 금속 원소를 합하면 오히려 특성이 저하된다. 이를 벗어난 특수한 원소 조합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아직까지 10여종 밖에 발견되지 않아 전세계 과학계가 열광하고 있다. 잘만 찾아내면 기존 이론을 뛰어넘는 초고내열, 초내식, 초고강도 합금이 탄생할 수 있는 `노다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구단은 이 중 극저온 소재에 집중한다. 우주·항공, 해양 탐험 기술의 발달로 산업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에 주목했다.

김형섭 고엔트로피합금연구단장은 “고엔트로피 합금의 극저온 재료는 극한 환경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물론 기존 설비를 더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면서 “극지방을 다니는 선박, 액체 가스를 운반하는 용기와 밸브, 극한 조건에 설치되는 파이프 등 활용 영역이 넓은 고부가 소재”라고 소개했다.

연구단이 이처럼 목표를 명확히 잡은 것은 고엔트로피 합금의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고가의 설비 없이 기존 합금 설비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 아직은 `미래 소재`로 분류되지만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김 단장은 “특정한 공법이나 장비를 써야 한다면 산업화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고엔트로피 합금은 다르다”면서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인데다 일반 합금과 완전히 똑같은 공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주조법을 쓰기 때문에 외주 용역으로 20~50㎏씩 만들기도 한다”면서 “공정을 바꾸지 않고 실제 파이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강조했다.

연구단은 고엔트로피 합금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효율적 연구를 강조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전주기 통합형 전산모사법을 도입했다. 재료 개발부터 공정 최적화, 미세 제어까지 예측해 최적의 연구 개발 로드맵을 찾는 기법이다.

김 단장은 이 분야를 30년간 연구한 전문가다. 이번 연구에 이 기법을 도입, 연구단 출범 4개월 만에 기존 `칸토(Cantor) 알로이` 합금을 개선한 신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엔트로피 합금의 산업적 응용 기반까지 마련한다는 목표다. 다른 미래 소재 연구개발(R&D)에도 분야 별로 적합한 정책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 단장은 “분야 별로 추격하는 분야, 선도하는 분야가 있는 만큼 소재 연구에서 추격형, 선도형 연구를 조화롭게 지원해야 한다”면서 “작은 액수로라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장기·안정적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