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블랙박스]<13>포켓몬고, 무장해제된 채 받아 들일 수 밖에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한국 서비스가 다가온다. 개발사 나이언틱이 국내 진출 준비를 시작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 7월 출시된 포켓몬고는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6억달러, 다운로드수 5억건을 넘어섰다. 한국 1위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 2년 누적 다운로드수가 1350만건이니 37배 차이가 난다.

포켓몬고 등장은 개인적으로 고민이다. 강의실에 피카츄가 등장해 학생들이 앞다퉈 잡으려 할 때 관대하게 허용할지, 아니면 해당 학생을 강의실에서 추방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몬스터를 잡으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절벽에서 실족사하고, 심지어 원전에 몰래 침입했다 경찰에 체포되는 소동까지 생겼으니 강의실에서 소동은 애교 수준 아닌가.

위정현 중앙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다른 한 가지 고민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대한 걱정이다.

포켓몬고 성공 뒤에는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 있다. 포켓몬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또 하나 캐릭터가 있다. 슈퍼마리오다. 포켓몬과 쌍벽을 이루는 글로벌 캐릭터다.

지난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일본 총리는 마리오 복장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 행사를 위해 아베 총리는 무박 3일 일정으로 도쿄에서 리오까지 비행기로 날아갔다.

일본 현지에서 `도라에몽`(만화 주인공)에게 공을 넘겨 받아 리우올림픽 경기장에 나타난 마리오는 놀랍게도 아베 총리였다. 일국의 수상이 게임 캐릭터 복장을 입고 나타나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일본 IP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일본 게임과 망가(일본 만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라는 삼각 편대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1996년 2월 처음 게임으로 나온 포켓몬은 고작 23만개가 판매됐다. 그리 성공한 게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카드게임 출시에 이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런 선순환과 시너지 사이클에 때로는 영화가 동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의 연결과 상호작용이 없다. 만화 원작을 게임에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끌어 올려주지는 못한다. 강력한 시너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사회적 대접 수준에서 기인한다. 일본의 게임은 `양지의 산업`이지만 한국의 게임은 `음지의 산업`이다. 게임은 비난과 억압의 대상이다. 만화, 게임, 캐릭터 산업의 시너지는 꿈 같은 이야기다.

일본 중심부 도쿄역에는 외국 관광객이 열광하는 곳이 있다. 캐릭터 숍이다. 피카츄, 도라에몽, 이웃집 토토로 등 평소 동경하던 캐릭터 사이에서 남녀노소, 일본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두들 캐릭터를 안고 행복해 한다. 우리에게는 이런 곳이 없다.

이제 한국의 게임 캐릭터들도 부산 지스타의 좁고 답답한 전시장을 뛰쳐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포켓몬고
포켓몬고
슈퍼마리오
슈퍼마리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