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경제`는 슬로건이 아니라 `스타트업 꿈`

[데스크라인]`창조경제`는 슬로건이 아니라 `스타트업 꿈`

스타트업과 벤처붐 확산을 이끌던 `창조경제`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약방의 감초처럼 대부분 국가 사업이나 행사에 들어가던 말이다. `창조경제`는 `벤처` `청년창업` `스타트업` `미래산업` 등을 아울러 상징하는 경제 용어였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창조경제`는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가 됐다. 창조경제가 담고 있던 긍정의 의미도 부정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창조경제 박람회`도 행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 `창조경제 박람회`는 33억원을 투입,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창조경제가 국정 과제로 떠오른 지 1~2년. 이제 막 일부에서 성과가 나오고 센터마다 스타트업이 싹트는 시기다.

주최 측은 행사를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으로부터 폭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VIP가 참석해도 문제고 참석하지 않아도 걱정”이라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은 이곳저곳 눈치 보기 일쑤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을 했다. `퍼 주기`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것은 벤처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소리다. 불과 1~2년 사이에 성과를 기대한다니. 과거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 노무현 정부의 IT839 정책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도 그랬다. 정권이 바뀌면서 송두리째 부정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조금 냉정해지자. 정치는 뜨겁지만 경제는 냉정한 현실이다.

김대중 정부가 꺼낸 정책은 우리 사회에 벤처 붐을 조성했다. 노무현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과 개발이라는 그동안의 국정 철학에 환경과 미래라는 어젠다를 던졌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반드시 폐기해야 할 대상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창조경제가 가져온 청년창업과 스타트업의 꿈을 버려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적어도 우리 사회에 창조 아이디어가 사업화하고,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었다. 이것마저 버릴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 차은택의 `국정 농단`은 구분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전시의회가 당초 전액 삭감한 운영 예산을 상당 부분 부활시켰다. 광주시와 충남도를 비롯한 전국 15개 지방자치단체가 당초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한 센터 운영 예산을 상당 부분 복구시켰다. 서울시와 전남도가 남아 있지만 정부에 이어 지자체 대부분이 내년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정상 운영키로 했다.

`벤처 육성` `IT839` `동반 성장` `과학기술 혁신` `녹색 성장` `산업 구조 개편`은 특정 정부의 어젠다가 아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가져가야 할 대한민국 국가 어젠다다.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꿈을 키우고 있는 터전이다. 특정 정권이 사용했다고 모든 정책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 절대 기업을 버리면 안 된다. 기업을 버리는 정부는 미래가 없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