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대종상영화제] 22개 중 14개 대리수상…‘내부자들’만 빛났다(종합)

출처 : 김현우 기자
출처 : 김현우 기자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내부자들’이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5관왕, ‘곡성’ ‘덕혜옹주’가 4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축제가 아닌, 민망함의 연속이었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병헌, 이범수, 이엘, 김환희, 강하나, 최리, 정가람, 김희진, 서은아, 박하은, 김열, 백승희, 이주광, 최윤슬, 김원효, 조원, 기주봉, 고지승 등이 참석했다. 주연배우로 참석한 것은 이병헌이 유일하다.

올해 대종상은 시상식 10일도 안 남긴 시기에 배우들에게 연락을 해 빈축을 샀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남녀주연상 후보인 송강호, 최민식, 곽도원, 하정우, 배두나, 심은경, 남녀조연상 후보 이경영, 윤제문, 천우희 등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른 촬영을 이유로 불참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중 이병헌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범수는 인기상, 김환희는 신인여우상을 차지했다. 이엘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무관에 그쳤다. 신인상 후보로는 김희진, 김환희, 강하나, 최리 등이 참석했는데, 김환희는 신인상을, 김희진과 최리는 뉴라이징상을 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 대중들과 배우들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참석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였다. ‘내부자들’의 이병헌, ‘곡성’의 김환희 등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받을 만한 배우들이지만, 미리 공지하지 않은 뉴라이징상이 신설되는 등 의심을 거둘 수 없게 했다.

시상자로 나온 한 감독은 “보완이 철저했다. 나는 수상자를 여태까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으나 또 다른 시상자는 “나는 아까 봤는데, 까먹었다”고 말해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대종상은 신인남우상부터 남ㆍ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등 22개 부문 중 14개 부문이 대리수상을 하며 썰렁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최다 대리수상자는 사회자인 신현준이었다. 시상식 이후 대종상 MC가 ‘극한직업’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번엔 ‘덕혜옹주’의 프로듀서와 배우 김환희가 그 역할을 했다. ‘덕혜옹주’ 프로듀서는 “상복이 터졌다”며 의상상, 음악상, 여우조연상 등을 대리수상했고, MC인 김병찬은 “저 분이 오늘 얼마나 많은 대리수상을 할지, 오늘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라며 웃지 못할 말을 하기도 했다. ‘곡성’의 김환희는 신인여우상 수상 이후 편집상, 조명상, 촬영상 등을 수상하러 올라오면서 “이 상은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매번 이야기를 해야 했다.

지난해 대종상에서는 ‘국제시장’이 10관왕을 하며 독식했으나 올해는 ‘곡성’ ‘덕혜옹주’ ‘내부자들’ 세 영화가 대부분의 상을 수상했다. ‘곡성’은 주로 스태프상을 수상했고, ‘내부자들’은 주요 상을 수상했다. ‘내부자들’의 이병헌과 우민호 감독 등은 이번 시상식에 참석해 대종상의 자리를 빛냈고, 대종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직면했다.

20년 전 대종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이후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 이병헌은 “오늘 시상식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는 것은 기쁘지만, 솔직히 오늘은 무거운 마음이 앞섰다. 대종상이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 아직까지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 명예를 다시 찾는 것은 단 시간에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을 이어온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이병헌은 “나도 무엇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지 모르지만, 변화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라기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노력을 하는 순간에 시작될 것이다. 내가 20년 전에 이 시상식에 오면서 설레고 영광스러웠던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후배들도 그런 마음으로 이 시상식을 찾았으면 좋겠다. 나도 태어나지 않았던 50년 전, 대 선배님들이 큰 뜻으로 이 시상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내부자들’ 프로듀서는 “대한민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내부자들’이 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상을 받게 되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또한 바이러스를 극복하면 더 건강해지듯이 대종상도 빨리 건강한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우수작품상을 시상하러 나온 영화인총연합회 관계자는 “보이콧 여파가 이어져 너무 힘들었다. 조직위원회 도움 없이 가난한 영화인들 힘만으로 시상식을 진행하려다 보니 너무 막막했다. 올해 개최하지 못하지 않을까 절망감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의 영화제를 만들고자 온 몸으로 뛰었다. 내가 오바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울컥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이 아팠다. 기자분들은 그럴 이유가 있겠지만, 이 환자 아파하고 있으니 회복 불능으로 만들지 말고 보듬어 주고 소독도 해주면서 조금씩이라도 치유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 미흡함을 사과드리면서 앞으로도 피땀 흘리면서 다음해를 준비 하겠다”고 넋두리 해 눈길을 끌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

▲ 신인남자배우상 = ‘4등’ 정가람 (대리수상)

▲ 신인여자배우상 = ‘곡성’ 김환희

▲ 뉴라이징상 = ‘인천상륙작전’ 김희진, ‘귀향’ 최리

▲ 신인감독상 = ‘귀향’ 조정래 감독 (대리수상)

▲ 의상상 = ‘덕혜옹주’ 권유진 의상감독 외 (대리수상)

▲ 미술상 = ‘밀정’ 조하선 미술감독 (대리수상)

▲ 음악상 = ‘덕혜옹주’ 최용락 음악감독 외 (대리수상)

▲ 녹음상 = ‘곡성’ 김신용 외 (대리수상)

▲ 영화발전공로상 = 윤삼육 (대리수상)

▲ 남우조연상 = ‘밀정’ 엄태구 (대리수상)

▲ 여우조연상 = ‘덕혜옹주’ 라미란 (대리수상)

▲ 첨단기술특별상 = ‘대호’ 조용석 기술감독 외 (대리수상)

▲ 편집상 = ‘곡성’ (대리수상)

▲ 조명상 = ‘곡성’ (대리수상)

▲ 촬영상 = ‘곡성’ 홍경표 촬영감독 (대리수상)

▲ 시나리오상 =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 기획상 =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 인기상 = ‘인천상륙작전’ 이범수

▲ 감독상 =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 남우주연상 = ‘내부자들’ 이병헌

▲ 여우주연상 = ‘덕혜옹주’ 손예진 (대리수상)

▲ 최우수 작품상 = ‘내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