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 좌담회] "OLED 고도화 위해 `모이고` 미래 기술 발굴 위해 `흩어져야`"

올해는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이동한 원년이다. 동시에 거대한 내수 시장과 공격적인 정부의 투자 의지로 무장한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며 세계 1위 한국을 위협했다. 중국은 이제 한국을 제치고 세계 LCD 생산량 1위를 노린다. 자본과 시장을 무기로 OLED 추격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한국은 올해 세계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점유율 약 99%, 유일한 TV용 대형 OLED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가장 먼저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선두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전자신문은 각계 전문가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창출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창출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석자(가나다순)

△강충석 WPM SFD 사업단장(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장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이사

△홍문표 고려대학교 교수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디스플레이는 반도체, 휴대폰과 함께 한국 산업발전을 이끈 대표 산업이다. 최근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이 전환기를 맞았다. 기술은 LCD에서 OLED로 바뀌고 있고 중국이 새로운 추격자로 등장했다. 어떻게 하면 디스플레이 강국 리더십을 차세대 시장에서도 이어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먼저 현재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최영대(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이사)=한국이 세계 LCD 시장에서 1위를 한 배경은 △IMF 시기에도 과감한 선제적 투자 △정부의 시의적절한 연구개발(R&D) 지원 △산학연관 간 유기적 협력으로 우수한 인력 확보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이후 13년째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유지했다. 국내 총생산 4%, 수출 6%를 디스플레이 산업이 담당한다.

중국의 LCD산업 성장 배경은 한국과 다르다. 먼저 정부 보조금 지원이 컸다.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기술 습득과 인력 흡수, 거대 내수시장 기반의 빠른 성장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보호무역정책으로 국산화를 유도한 게 강력하다. 이르면 내년 혹은 2018년에 중국 LCD 생산량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OLED는 한국이 세계시장 98%를 점유했다. 중국도 수요가 OLED 중심으로 바뀌면서 정부 지원금도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장비, 소재 국산화 경험이 중국보다 풍부한 게 강점이다. 산학연관이 힘을 합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OLED로 제2 도약을 이룰 것으로 본다.

◇이정익(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장)=플렉시블 OLED가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에서 각광받는 것은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능한 특성 때문이다. 플렉시블 OLED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대체하는 차세대 디바이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 좀더 고도화된 컨퍼머블 디스플레이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 전방 기업이 자사 입맛에 맞는 형태로 패널을 요구하고 이를 응용해 창의적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향이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전방 산업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시장을 창출하는 셈이다. OLED는 새롭게 다품종 소량생산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사회=차세대 디바이스를 구현하려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재 분야에서 더 큰 경쟁력이 요구된다. 세계일류소재개발(WPM) 사업에서 추진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소재 사업단(SFD) 성과는 어떤가.

◇강충석(WPM SFD 사업단장)=LCD는 소재 비중이 60~70% 될 정도로 소재 의존도가 높다. 한국이 LCD 시장 1위라지만 패널 생산량과 최종 세트 단에서 1등이지 전체 밸류체인에서 1위를 한 적은 없다. 전체 밸류체인 상 1위는 소재와 장비에서 압도적으로 앞선 일본이다.

OLED는 정확히 추산하기 힘들지만 소재 비중이 50% 이하다. 한국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소재 국산화를 했다. 현재 몇 개 핵심소재를 제외하면 국산화율이 70~80%가량 된다.

코오롱은 2005년부터 투명폴리이미드(PI) 소재 개발을 시작했다. 설비 마련, 연구비, 원료 상업화 등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정부가 징검다리 역할을 잘 해줬다. 그 결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투명PI를 한국이 1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걱정이 많다. 올 여름부터 중국에 투명PI를 소개했는데 중국에 이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각 분야 소재기업이 많이 생겼다. 한국이 중국 기술력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 규모가 너무 큰 것도 걱정이다. 중국은 수율이나 양품에 관계없이 폴더블폰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산 시점 격차가 길어봤자 6개월이다.

◇박영호(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새로운 디바이스를 상용화하려면 다양한 신소재가 필요하다. 베니시 소재, 공정 등 여러 연관 산업이 함께 변화해야 새로운 소재를 실현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기능이 필요한지, 누가 잘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구현 방법을 만들고 실제 패널에 적용하는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실패 경험을 상호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해서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랜드 컨소시엄은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아직 출범 1년 밖에 안돼서 걸음마 단계다.

그랜드 컨소시엄은 WPM 과제에서 처음 출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과제 중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끼리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게 목표다. 향후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제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재, 장비, 공정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실제 패널에 적용해 평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홍문표(고려대학교 교수)=한국은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과거에는 일본이라는 명확한 추격 대상이 있었기에 방향이 명확했고 요구 성능도 구체적이어서 각자 과제를 진행해도 결과물이 잘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선두다. 방향이 없으면 각개전투하며 헤매기 쉽다.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직면한 문제다. 그래서 그랜드 컨소시엄이 출발한 것이다.

차기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아류라는 오해도 불식시켜야 한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각자의 노력이 안갯속을 헤맬 것이다. 삼성, LG 외에 새로운 성장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권한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사회=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결국 인재가 핵심이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홍문표= 우리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LCD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경쟁력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결론을 내버렸다. 사실 그렇지 않다. 범용 LCD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구조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LCD는 아직 연구개발해서 더 발전할 여지가 많다.

D램이 계속 발전해서 부가가치를 만들 듯 LCD도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LCD 산업이 끝났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학생들이 이 분야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OLED가 반도체 F램 역할을 한다면 LCD는 D램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단편적 소재 부품 산업이 아닌 `시스템 산업`이라는 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4차 산업의 첨병은 디스플레이다. 무인자동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들 대부분에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소재, 소프트웨어 등 디스플레이 융합을 위한 교육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10년 후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대학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 정부, 기업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디스플레이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을 제언해 달라.

◇이정익=ETRI에서 액정으로 구현하는 홀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LCD가 하향산업으로 보이지만 10년 뒤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른다.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연구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OLED가 뜨면 그 쪽으로만 연구가 몰린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시도가 긴 호흡으로 이뤄지게끔 바라봐줘야 한다. 디스플레이 컨트롤타워도 절실하다.

◇최영대=일본이나 중국이 OLED 연맹을 만드는 것은 함께 모여야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이 LCD 산업 1위를 한 것은 산학연이 함께 연구하고 인력을 배출했기에 가능했다. LCD 1위 경험에 비춰보면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강충석=그랜드 컨소시엄 운영해보니 확실히 개발이 빨라지는 등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공동연구소를 세운다면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다. 소재와 장비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초·기반기술을 잘 다진 학생을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기술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력은 인재에서 나온다.

◇홍문표=플렉시블 OLED는 1999년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20여년을 준비했고 이제 막 꽃을 피웠다. 불행히도 OLED 이후를 준비하는 학계, 연구소, 기업이 없다. 중국의 위협보다 한국 디스플레이 미래를 위협하는 더 큰 문제가 미래 준비의 부재다.

학계와 연구소는 OLED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흩어져야 한다. OLED는 방향이 잡혔으니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OLED 이후를 준비하려면 정 반대로 모두 흩어져야 한다.

◇박영호=4차 산업혁명 키워드 중 하나는 초연결이다. 디스플레이가 단편적 부품 소재를 넘어 시스템 차원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디스플레이 허브`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 그랜드 컨소시엄이 발전한 형태가 될 것이다. 개별 기업의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해볼 수 있고 다양한 연구를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터가 필요하다.

정리=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