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퀄컴 과징금이 남긴 쟁점들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글로벌 휴대폰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공정위의 과징금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세계 1위 통신칩 업체가 불공정 거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퀄컴은 “공정위 결정은 사실 관계, 법과 어긋난다”며 즉시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삼성-애플 특허 전쟁에 버금가는 세기의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미국 대표 기업이 한국 공정거래 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자칫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퀄컴은 이를 의식한 듯 공정위의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처분의 핵심 쟁점은 퀄컴이 시장 지배 사업자인가 아닌가에 맞춰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부당한 라이선스를 강요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퀄컴은 앞으로 전개될 법정 공방에서 인텔, LG전자 등 경쟁사 칩셋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비교하며 시장지배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공정위가 이왕에 칼을 뽑아든 만큼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법정 공방과 별도로 공정위의 처분은 시장에 몇 가지 이슈를 던져 준다. 우선 기업 간 비즈니스 계약에 정부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지, 개입한다면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논란을 예고했다. 자유시장경쟁론과 공정경쟁론이 평행하게 맞설 것이다.

또 하나는 공정위의 처분이 국익 차원에서 과연 바람직한 결정이냐는 점이다. 당장 외국 기업으로부터 과징금 1조300억원을 받아 내면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부당한 거래를 유지해 온 국내 휴대폰 사업자도 좀 더 유리한 재계약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한국 산업을 자승자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기술 기업의 특허가 중국 등 제3세계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LG, 현대 등도 해외에서 배타적 특허권을 요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문제가 정치 논리보다 철저하게 경제 논리를 중심으로 논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