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통산업 기업, 첨단기술 스타트업 인수로 시장변화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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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유통, 식음료 회사 등 미국 전통기업의 첨단기술 스타트업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융합 등 시장 변화에 발맞춰 생존을 꾀하고 혁신을 주도하려는 시도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미국에서 전통산업 기업의 첨단기술 스타트업 인수 금액이 98억달러(11조9000억원)로 1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 전통산업 기업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대신 신제품 라인업을 늘리거나 기존 회사 인수에 집중했다. 그러나 미래 비즈니스 불투명성,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 신기술 개발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되면서 기술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회사 포드는 통근 카풀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채리오트`(Chariot)를 6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존 카세사 포드 글로벌 전략 담당 임원은 “채리오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흥미로운 크라우드 소싱 예약모델을 갖고 있다는 직원의 말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채리오트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등 포드의 미래 사업 추진을 담당한다. 존 카세사는 “인수합병이 비즈니스 도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전통기업 스타트업 인수액 추이(자료:피치북, 월스트리트저널)
미국내 전통기업 스타트업 인수액 추이(자료:피치북, 월스트리트저널)

세계 최대 소매점인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Jet.com)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사들였다. 유니레버는 온라인 소형가전 판매업체인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을 10억달러에 구매했다. 이어 캠벨스프, 켈로그, 젯블루, 에어버스 등도 스타트업 인수대열에 동참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는 새해 사모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임을 고려할 때 전통기업의 첨단기술 스타트업 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리 야루젤스키 PWC 연구원은 “스타트업이 전통기업 숨통을 틔워주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앞으로 인수합병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는 소매, 제조, 보험 등 전통기업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리치 웡 액셀파트너 파트너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거대 기업이나 펀드뿐만 아니라 전통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도 관심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통산업 기업, 첨단기술 스타트업 인수로 시장변화 주도

스타트업의 높은 기업 가치는 전통기업의 인수합병에 걸림돌이다. 신생 기업은 성장 잠재력 기대치 탓에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을 기반으로 한 전통기업 기준에서는 매우 비싼 가격이다. 결국 과도한 베팅으로 주주가 반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월마트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 임원진은 제트닷컴이 빠른 속도로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

제이슨 기어 키뱅크캐피털마켓 소비자제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전통기업이 스타트업 자산에 과잉지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이는 미래에 대한 베팅이며 피인수기업이 성장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