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중소기업청 등장부터 창조경제까지...역대 정부 중소기업 거버넌스

`이 법은 중소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시책의 기본을 규정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 발전을 촉구하고 중소기업의 구조 개선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중소기업기본법 제1조다. 법 제정 목적을 규정한 이 조항은 1966년 처음 제정된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역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기본법이 규정한 `성장 발전` `구조개선` `국제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목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정책을 만드는 기관은 꾸준히 규모를 확대했다. 국가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1960년 7월 상공부 공업국 중소기업과에서 시작된 중소기업 정책 부서는 1968년 상공부 중소기업국으로 확대·개편됐고, 1996년에는 공업진흥청을 폐지하고 통상산업부 중소기업국을 확대한 중소기업청을 신설해 지금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 중소기업부 승격 논의가 꾸준히 이어진 것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청 설립 당시 5개에 불과하던 중기청 소관 법령 수는 19개로 증가했다. 예산도 5000억원에서 올해 8조원까지 16배가 늘었다. 정책 대상 역시 중소기업에서 소상공인, 중견기업까지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중기청도 역대 정부 정책에 따라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2000년 초반에는 벤처 버블부터 대기업과의 상생 발전 등 다양한 시대 과제를 꿰뚫고 지났다. 설립 스무 돌을 넘긴 중기청도 과거 역대 정부 정책의 성과를 계승하고 한계를 극복해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중소기업청 개청…`보호에서 자율`로 정책 전환

1996년 중기청 설립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 변화가 직접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이 세계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경공업 중심의 중소기업은 타격을 받았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국내 중소기업은 세계 중소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중소기업청`이다. 문민정부는 기존의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통상산업부로 개편한다. 재정경제원,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가 탄생한 것도 같은 시기다.

정보화 지원 및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외국인 근로자 지원이 시작됐고, 뒤이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 코스닥이 개설됐다.

1997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벤처 창업 열풍이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에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특법)이 제정되기도 한다.

◇벤처창업 지원책의 `명과 암`

문민정부 집권 말기에 제정된 벤특법은 `국민의 정부` 시절 폭풍 성장을 맞는다. 정부는 중기청을 필두로 정보기술(IT) 산업 위주의 벤처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중기청에 따르면 1999~2002년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투입된 창업자금은 1조9200억원에 이른다.

동시에 코스닥 등록 요건 완화 및 세제 지원(1998년), 여성기업 지원(1999년), 벤처기업 평가제도(2002) 등 벤처 창업 촉진 정책이 연이어 쏟아진다. 기술 혁신형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이노비즈협회 설립, 소상공인 전통시장 지원도 국민의 정부 시절에 도입된 주요 정책이다.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기청,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현 중기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한 것도 이때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벤처 창업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소상공인 지원이 시작되던 시기”라면서 “몇 개 기업이 선정됐고 얼마가 지원됐다는 숫자로 정책 성과를 평가함에 따라 벤처버블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됐지만 대기업 수준의 벤처기업 탄생을 가져온 성공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개성공단…외연 넓어진 중기 정책

참여정부 때의 중소기업 정책은 직전 정부의 정책을 개선하고 발전시킨 기간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남북 경협 중심에 중소기업을 자리 잡게 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개성공단에 우리 중소기업이 진출해 남북경협의 터를 닦은 것도 참여정부 중소기업 정책의 주된 성과다.

이 밖에도 모태조합을 설립해 중소·벤처기업 투자 유인책을 마련하고,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설립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정책이 강조된다. 이를 위해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를 설립하고 공정 거래 질서 확립, 사업 영역 보호 등 정책이 추진된다.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영업제한 근거를 마련한 것도 이 시기다.

한국정책학회는 “참여정부는 남북 경협으로 3D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환경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다음 정권에 이 정책을 계승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대기업 자율 규제를 유도했지만 실질 성과를 얻지 못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규제 정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창업과 육성, 고용창출 담당할 컨트롤타워 필요

박근혜정부가 내건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은 엇갈린 시각을 내놓는다. “박근혜정부가 유일하게 잘한 것이 중소기업 정책”이라는 긍정론부터 “특정 기업만 지원받는 불균형한 정책이었다”는 부정론까지 다양하다.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넘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소액 살포식 자금 지원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정책의 장·단점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정책을 통할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 교수는 5일 “정부 정책을 대기업 지원 정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 지원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법안 제출권과 정책 집행을 동시에 한 부처에서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 주요 중소기업 정책 자료: 중소기업청 등 취합>


역대 정부 주요 중소기업 정책 자료: 중소기업청 등 취합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업무 내용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업무 내용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