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車 올라탄 반도체 `파죽지세`…PC·모바일 정체국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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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반도체 업계의 최대 격전지는 자동차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 인텔, 엔비디아 등 세계적 반도체 제조업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 전시회에서 자동차 사업 관련 중대 발표를 하거나 신제품, 신기술을 내놓았다.

현지시간 4일 퀄컴은 북미 파나소닉 오토모티브와 안드로이드 7.0 기반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퀄컴이 파나소닉에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20Am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제품에는 최대 600M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X12 롱텀에벌루션(LTE) 모뎀칩이 내장돼 있다. 파나소닉이 개발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는 셀룰러 통신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는 의미다. 파나소닉 오토모티브는 북미 지역에서 다수의 완성차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신제품 개발이 끝나면 다양한 차량에 퀄컴 칩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CES에서 퀄컴은 독일 폭스바겐과 스냅드래곤 820A 공급 계약 체결 사실을 밝혔다. 2018년에 출시되는 신차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 퀄컴 칩이 탑재된다. 폭스바겐은 2019년부터 출시되는 일부 차량에 퀄컴의 LTE 모뎀칩을 장착할 계획이다.

퀄컴이 CES 2017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차량용 X16 모뎀칩 모듈. 기가비트급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퀄컴이 CES 2017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차량용 X16 모뎀칩 모듈. 기가비트급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퀄컴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통신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기가비트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X16 LTE 모뎀칩 솔루션의 차량용 버전을 공개했다. 아우디, 에릭슨과 함께 LTE 통신 기술을 차량통신(V2X)에 접목하기 위해 컨소시엄 `콘벡스`도 구성한다. 이른바 `셀룰러 V2X(C-V2X)`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V2X는 차대 차(V2V:Vehicle-to-vehicle), 차대 인프라(V2I:Vehicle-to-Infrastructure) 간 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V2X 기술은 무선랜과 비슷한 IEEE 802.11p 통신기술에 근간을 두고 있다. 1.6㎞ 안팎 거리에서 저전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V2X를 위해 별도로 통신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 것은 보급의 걸림돌이다. 퀄컴은 이미 구축된 셀룰러 통신망을 활용하면 인프라 구축 비용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 통신 기술이 널리 전파되면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칩 공급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칼 두갈 퀄컴 부사장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매우 짧은 대기시간, 높은 신뢰성의 C-V2X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V2X 기술 분야 강자는 NXP다. 퀄컴은 NXP를 인수키로 합의를 마쳤다. 향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각각 BMW, 아우디와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클라우스 프렐리히 BMW그룹 개발 이사(왼쪽),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중앙), 암논 사슈아 모빌아이 공동창립자 겸 CTO(오른쪽)가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올 연말 미국과 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40여대를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라우스 프렐리히 BMW그룹 개발 이사(왼쪽),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중앙), 암논 사슈아 모빌아이 공동창립자 겸 CTO(오른쪽)가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올 연말 미국과 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40여대를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이날 BMW그룹, 이스라엘 모빌아이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올 하반기 미국과 유럽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40여대를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 완료를 목표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시범 운용은 협력 6개월여 만에 나온 첫 번째 가시적 성과다. 올해 CES에서 인텔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개발 플랫폼 `고(Go)`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이 BMW 자율주행차에 탑재된다. 고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등 인텔의 다양한 연산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모빌아이는 고성능 컴퓨터 비전 솔루션 아이큐(EyeQ)5를 제공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 오른쪽)는 4일 CES 기조연설에서 아우디와 인공지능 자동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은 스콧 케오그 미국 아우디 법인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 오른쪽)는 4일 CES 기조연설에서 아우디와 인공지능 자동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은 스콧 케오그 미국 아우디 법인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공지능 기반 보조 운전자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공지능 기반 보조 운전자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아우디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2020년까지 아우디와 첨단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4일 CES 2017 키노트 연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드라이브PX를 아우디에 공급한다. 드라이브PX는 머신 러닝이 가능한 하드웨어 개발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음성인식과 음성명령 기능 등을 지원해 운전을 도와주는 AI 기반 보조 운전자(AI Co-Pilot) 기술도 새롭게 선보였다.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 텔레칩스도 라스베이거스 팔라조 호텔에 프라이빗 전시룸을 오픈하고 차량 인포테인먼트칩 TCC802x, TCC897x를 공개한다. TCC802x 칩은 개발코드명 돌핀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미러링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디스플레이 오디오` 시스템에 탑재될 전망이다. 국내 유력 자동차 업체가 이 칩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와 모바일 시장이 역성장, 혹은 성장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자동차 시장은 반도체 업계의 가장 확실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