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 & Future]<1>2017년은 과학기술의 큰 변곡점

대한민국은 지난 50년 동안 과학 기술을 발판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습니다. 미래 50년은 어떻게 될까요. 과학 기술 분야의 대기자로 불리는 곽재원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이 해답을 드립니다. 매주 월요일 `곽재원의 Now & Future` 칼럼에서 확인하세요.

주식시장에서는 띠(12간지)에 맞춰 격언을 붙이고 있다. 예컨대 용과 뱀의 해는 장세가 치솟는다 하여 `진사천정`, 원숭이와 닭의 해는 장세가 시끌벅적하다며 `신유소란`이라 각각 부른다. 이들 격언대로 지난해에는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 장세로 한 해 문을 열며 내내 들쭉날쭉했다. 올해는 이른바 `트럼프 랠리`로 예상치 못한 강세 출발이다. 그러나 장세 전망이 앞으로의 트럼프 행보만큼이나 불투명하다. 외환시장도 달러 강세와 기타 통화의 약세가 살얼음판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해 떨어진 원화 가치와 더 떨어진 엔화 가치에서 나타난 박빙의 원-엔 강약 관계는 언제 뒤바뀔지 아슬아슬하다. 올해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불확실성을 세계 혁명사에서 찾는다. 올해는 러시아 볼셰비키혁명 100년,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발표 150년, 중남미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 사후 50년, 나아가 종교혁명을 이끈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공표 500년 등 과거의 대격변과 주기 관계에 놓인다. 이 격변을 만들어 낸 환경과 이미 나타나고 있는 반항 및 반체제 분위기(영국의 EU 이탈 투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유럽 각국 총선의 대중영합주의, 중국과 러시아의 강권국가주의)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는 혁명의 공기가 가득 찬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가운데에서도 경제쪽에선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등 기술에 의한 일과 직업의 새로운 기회를 강조했다.

대서양 양측에 펼쳐진 정치 전선이 좌익 대 우익에서 개방 대 폐쇄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 분노와 분리로 호소력을 거머쥔 게임 체인저 트럼프의 행보는 특히 눈을 뗄 수 없는 사항이다.

`2007년 혁명`을 테마로 잡은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17년을 과학 기술의 변곡점으로 분석했다.

[곽재원의 Now & Future]<1>2017년은 과학기술의 큰 변곡점

2007년은 손 안에서 세계를 연결하는 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한 아이폰이 출시된 해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의 e북 킨들, 구글의 휴대폰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빅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하둡, IBM의 AI 왓슨, 공유경제의 문을 연 에어비앤비, 세계 최대 오픈 소싱 소프트웨어(SW) 기트허브 등이 쏟아져 나온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기념비의 해다.

한마디로 2007년은 `모바일+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의 빈티지(vintage)다.

이러한 파격 기술들은 초기엔 사회 기술로 알려지다가 어느 순간 소비시장에서 꽃이 확 피는데 2008년 9월 금융 불황인 리먼 쇼크로 개화 시기가 지연되면서 기술과 시장이 축적의 시간을 갖게 됐다. 지난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 거론되면서 이들 기술이 디지털 빅뱅으로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이다. 프리드먼은 2007년 혁명이 10년째 되는 올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변곡점이며, 기술의 가속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례행사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가 최근 개최됐다. 세계 유력자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도 17~20일 열린다. 우리 관계자들도 연례행사로 기술 시장 참관에 나선다. 아마도 우리처럼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국민들도 없을 듯 싶다. 이런 모습은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부쩍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도 경제는 위기 국면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역경을 성장의 기점으로 삼아야 하고, 새로운 성장 궤도를 확고히 잡아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오피니언 리더들이 장래의 산업 창조와 사회 변혁의 미소한 징후(weak signals), 주목해야 할 동향(emerging trends)을 정확히 포착해서 나라가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국가 책략을 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kjwon5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