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도 LCD 수급은 빠듯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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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적 비수기인 상반기에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고정거래가격(ASP)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LCD 수급이 빠듯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진데다 대만 폭스콘이 샤프 기술력을 이용해 TV 사업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요 거래처에 샤프의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공급 부족이 상반기 내내 이어져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샤프가 삼성전자와 하이센스에 거래 중단을 통보하면서 가뜩이나 빠듯한 LCD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례적으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도 패널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안정적인 패널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패널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소니향 물량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샤프의 결정이 업계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반부터 32인치를 시작으로 LCD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후 대형 패널인 40인치와 50인치대 가격이 오르면서 전 크기에 걸쳐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패널 제조사가 7세대와 8세대 라인에서 40인치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IT패널 공급이 줄어들어 IT패널 가격대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패널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평균 TV용 패널가격은 166달러에서 207달러로 약 68% 상승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기간 40인치는 49%, 43인치는 46% 올랐다. 55인치 풀HD는 61%, 55인치 UHD(50/60Hz 기준)는 56.6% 상승했다. TV 수요가 대형 위주로 형성되면서 40인치 이상 제품 비중을 높이는 흐름이 거세졌다.

삼성디스플레이 7세대 라인(L7-1)이 가동을 중단한 영향도 1분기부터 발생할 예정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샤프가 공급 중단을 갑작스럽게 통보함에 따라 주요 세트기업의 패널 수급이 비상이다. 통상 비수기 동안 가격이 하락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되레 가격이 소폭 더 상승할 여지가 생겼다.

당초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패널 가격이 하락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하반기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하반기는 세트 제조사가 연말 대규모 프로모션을 준비하면서 패널 재고를 축적하기 위해 구매가 증가하는 시기다. 이미 패널 가격이 높아져 마진이 계속 줄어드는 만큼 세트사가 프로모션을 줄이는 등 하반기 전략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올 상반기 대형 LCD 패널 공급 과잉률을 3.2%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연간 수준인 3.3%와 비슷하다.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수요가 많은 셈이다.

위츠뷰는 공급 부족으로 올 하반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두 가지 가능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위츠뷰는 “세트 제조사가 제품 마진이 줄어들면서 연말 프로모션용 공급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중화권 패널 제조사가 LCD 생산량을 늘려 하반기에 공급 부족이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