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펀드에도 한한령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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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불똥이 문화콘텐츠펀드로 옮겨 붙었다. 중국계 투자자들이 펀드 결성의 막판 출자 결정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펀드 운영사의 투자 기업 확보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화콘텐츠펀드에도 한한령 불똥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핑안은행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문화융성펀드 출자를 철회했다.

펀드는 산업은행과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 운용하는 1000억원 규모의 한류 콘텐츠 투자 전용 사모펀드(PEF)다. KBS가 별도 설립한 운용사 KBS한류투자파트너스와 산업은행이 공동 운용사로 200억원을 출자한다. 또 수출입은행·미래에셋증권·코바코 등 국내 출자자가 400억원, 핑안은행이 나머지 400억원을 출자하는 형태다.

펀드에 출자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 한한령이 불거지자 펀드 자금의 절반을 대기로 한 핑안은행이 출자 의사를 철회하면서 나머지 국내 출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나머지 출자금을 추가로 보태 펀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펀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펀드는 출범 당시 중국 자본과 KBS가 결합,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문화융성펀드 출범 이후 실제 투자는 단 한 건에 그쳤다.

다른 중국 관련 콘텐츠 펀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10월 결성한 500억원 규모의 `한중문화콘텐츠펀드` 역시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다. 이 펀드는 중국 방송국 공급용 예능프로그램이 주 투자 대상이다.

수은 관계자는 “펀드 결성 직후 한한령이 문제가 되면서 투자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펀드를 청산하기보다 투자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추이를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출자하는 2호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 결성도 살얼음판이다. 문화부와 모태펀드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출범시킨 펀드다. 1호는 500억원 규모로 결성을 마쳤다.

1호 펀드 결성 당시 필수이던 중국 출자자 확보 조건까지 제외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는 한한령 등 투자 여건 악화로 중국 출자자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2호 한중펀드 위탁 운용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오는 2월 펀드 결성을 목표로 중국계 출자자와 계약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우려대로 한한령으로 인한 중국 투자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출자자들이 돌연 출자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 방식이 아니라 한 번에 출자금을 받는 형태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이미 결성된 펀드 수익률 우려로 이어진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진출 드라마와 영화 분야 투자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는 2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잔액이 남았다.

주요 문화콘텐츠펀드 출자자(LP)들은 “이미 출자한 금액이 있어 정부가 추가 출자를 하더라도 매칭할 수 있는 펀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위탁 운용사가 펀드를 반납하는 등 이미 결성된 펀드 운용에도 당분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화 콘텐츠 분야의 투자는 중국 판권 수입이 주 수익원이었지만 이제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면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등으로 해외 진출 국가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투자 장르도 단순 드라마, 영화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