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시대를 살아가는 법

[데스크라인]AI시대를 살아가는 법

16세기 후반 영국의 윌리엄 리라는 성직자가 양말 짜는 방직기를 발명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계가 멋진 발명품이라고 믿었다. 손으로 옷감을 짜는 단조로운 일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특허를 요청했다.

여왕은 “리 목사, 너무 큰 걸 바라는 군요. 목사가 만든 발명품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세요. 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지가 될 것입니다”라며 리 목사를 꾸지람하고 특허 신청을 파기했다.

리 목사 사후 150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존 케이라는 영국인이 자동으로 씨실을 넣는 직조기계 플라잉셔틀을 발명했다. 그가 만든 기계는 이전보다 옷감을 두 배나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직공들은 일자리를 빼앗길까 우려, 항의 운동을 벌였다.

그는 프랑스로 쫓겨난 뒤 빈곤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떴다. 두 사건 모두 산업혁명 이전에 발생했다. 신기술을 거부하는 움직임은 산업혁명 이전부터 있었다.

신기술에 겁을 먹는 `기술 포피아`는 지금도 여전하다. 우버는 지구촌 곳곳에서 저항을 받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은 `기술 포피아`에 불을 질렀다. “2020년까지 세계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충격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비슷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AI)과 로봇 발달로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근로자는 2659만명이다. 고용정보원의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10년 안에 1600만명이 넘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사라진다.

`기술 포피아`는 AI가 사람을 지배, 사람을 노예로 만들 거라는 전망에서 정점을 찍는다.

AI와 자동화에 비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낙관론도 상당하다. 고도화한 지능정보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인류 복지에 기여할 것이란 믿음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최근 매킨지 조사를 기초로 “2030년까지 데이터 분석 전문가 등 80만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니악`이라는 유명 컴퓨터도 처음에는 탄도탄 제조를 위해 고안됐지만 결국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였다. 인터넷이 생기면 출장이 사라져서 항공사가 망할 거라 했지만 출장과 항공사의 수요는 더 늘었다.

기술 자체는 중립이다. 신기술이 인류를 디스토피아로 만들지 유토피아로 만들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인공 지능`을 `인공 보조`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AI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러려면 AI가 인간 지능과 대립하지 않고 조력자가 되도록 법과 제도, 윤리 가치를 정비해야 한다. 교육 혁신은 필수다. 지식에는 `형식지`와 `암묵지`가 있다. 언어, 수치 등 기술이 가능한 `형식지`는 AI가 언제든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통찰력, 공감, 소통, 네트워킹 같은 `암묵지`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암묵지`다. 명문대가 목표인 학원에서는 가르쳐 줄 수 없다. 암기 위주의 공교육도 마찬가지다.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더 거세진다.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은 이를 잘 보여 줬다. 우리는 산업화 지각생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럴 수 없다. 모든 게 바뀌어야 하지만 교육의 근본 틀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방은주 국제부 데스크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