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는?

출시 10년을 맞은 아이폰이 탄생 초기에는 원형 휠 형태로 디자인된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과정에서 극비 설계문서를 몽땅 도둑맞고, 최초로 언론에 공개하기 전 사전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이폰 탄생 비화`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토니 파델 전 애플 아이팟부문 수석 부사장 인터뷰를 통해 첫 아이폰 출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토니 파델 전 애플 아이팟 부문 수석 부사장
토니 파델 전 애플 아이팟 부문 수석 부사장

토니 파델은 아이폰 전에 나온 디지털 음악기기 `아이팟`의 창시자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음악기기 벤처 퓨즈를 설립했다. 애플에 합류, MP3플레이어 아이팟 개발을 총괄했다. 그가 개발을 맡은 아이팟은 아이폰에 고스란히 접목됐다. 그는 실제 아이폰 개발에도 깊이 관여했다.

토니 파델에 따르면 아이폰 초기 모델 콘셉트는 현재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었다. 아이팟에 적용된 원형 휠이었다. 하지만 이는 1960년대 전화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회전식 다이얼을 연상시킨 데다 불편함이 커 수정됐다.

그는 “1960년대부터 전화기도 회전형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우리는 매우 불편하고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초기 콘셉트를 수정해 터치스크린 방식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당시 키보드를 없앤 것은 혁신을 넘어 상식을 뒤엎는 수준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터치스크린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07년 출시된 아이폰 1세대는 최초로 키보드가 아닌 터치스크린 방식을 구현했다.

토니 파델은 “거의 4개월 동안 그 문제(터치스크린 적용)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며 “그것은 매우 험악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브는 새로운 방식을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방에 들어오지 마라”라고 경고까지 한 끝에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고 상기했다.

아이폰 1세대
아이폰 1세대

아이폰 개발을 위해 방문한 스웨덴에서 서류를 몽땅 도둑맞은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사업 첫 진출인만큼 각국 통신기기 업체를 방문 중이었는데, 스웨덴에서 회사 아이디어를 모아둔 문서를 누군가에 도둑맞은 것이다.

그는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물색하느라 잠깐 차에서 비운 사이 서류 가방을 몽땅 도난당했다”며 “우리는 기술을 탐내는 기업 스파이 짓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고집 센 스티브 잡스와 `스타일러스 펜` 적용을 두고 설전도 벌였다.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스크린에 강한 철학이 있었던 스티브 잡스와 미래에는 펜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토니 파델은 “스티브는 기본적으로 손가락만 필요하다는 철학이 있었지만, 스타일러스가 필요한 때가 올 것으로 확신했다”며 “스타일러스는 아이팟이 PC에서 작동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결국 스타일러스는 스티브 잡스가 죽고 후임자인 팀 쿡에 의해 2015년 출시됐다.

최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시제품으로 개발한 것을 분실한 아찔한 경험도 소개했다. 다행히 비행기 좌석에 끼인 상태로 발견됐지만, 하마터면 역사적인 출시행사를 앞두고 사전 유출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스티브는 내게 명확히 그것(아이폰)은 최고 비밀이며, 누구든지 외부에 알리는 사람이 있으면 해고할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나는 땀을 비오듯 흘렸고, 앞서 발생한 상황에 대한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했다”며 “내 주머니에서 시제품이 떨어졌고, 비행기 좌석 사이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