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록물관리 허술…기록물관리기관 설립 10년째 제자리

`서울기록원` 조감도
`서울기록원` 조감도

지방자치단체 기록물을 영구 보관하는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 작업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기록관리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기록총회를 유치하며 기록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 무색하다.

10일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07년 특별·광역시와 도(이하 시·도)에 영구기록물관리기관 설치·운영이 의무화됐지만 아직 설치한 지자체가 없다. 서울시와 경남도 두 곳이 지난해 구축 사업을 시작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지자체는 이렇다 할 추진 계획도 없다.

정부는 2007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17개 시·도가 소관 기록물 영구보존과 관리를 위해 최상위 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종전까지 지자체가 생산한 모든 온·오프라인 기록물은 관내 기록관(옛 자료관)에 보관됐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 보존 대상으로 지정된 기록물과 10년 이상 보관된 기록물은 영구 기록물관리기관으로 옮겨야 한다.

기록물관리기관은 기존의 지자체 기록관에 비해 온·오프라인 모두 고도화된 보존 환경을 갖춘다. 지자체의 주요 정책 자료와 역사를 증명하는 사진, 영상 등을 훼손 없이 영구 보존하는 게 목적이다.

법이 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17개 시·도 가운데 기록물관리기관을 세운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지자체는 부지 확보, 건물 신축에서 내부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사업비용에 부담을 느꼈다. 국비 지원이 논의됐지만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관심이 낮다. 법령상 의무 조항이지만 제재 조치가 없다 보니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기록관리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기록 관리에 대한 관심과 사업 의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과 12월에 착공한 서울시와 경남은 단체장이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2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기본계획 수립, 투자 심사 단계를 거쳤다”면서 “사업비 498억원을 자체 조달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고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박물관총회, 도서관총회와 함께 유네스코 주관 3대 문화총회로 꼽히는 세계기록총회를 유치했다. 우수한 기록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고 앞선 디지털 기록 관리 기술로 산업·경제 효과를 얻는 차원이었다.

정작 국내 기록 관리 수준은 떨어진다. 중앙정부 기록물은 국가기록원 중심으로 관리되지만 또 다른 핵심 축인 지방 기록물은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80% 이상이 주요 지역에 1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갖춘 기록물관리기관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된다.

늦었지만 법 개정 10년을 계기로 지방 기록물 관리체계 개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록물관리기관 사업은 특성상 적지 않은 준비 기간과 예산이 요구된다. 무리하게 제재 조항을 추가하기도 어렵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들다. 중장기 관점에서 지자체에 기록관리 관심을 유도하는 동시에 현실에 맞는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다음 달 지자체 담당자 회의를 열어 기록관리 관심을 환기시킬 것”이라면서 “예산 부분도 적정 사업 규모와 중앙부처 분담 비율 등을 재조사, 실현 가능한 수단을 찾겠다”고 말했다.

`경상남도기록원` 조감도
`경상남도기록원` 조감도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