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판단 실패가 일본 디스플레이 붕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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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스플레이 산업 붕괴는 대내외 환경 변화 때문이지만 이러한 환경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한 내부의 판단 실패도 한몫했다.

샤프는 전자계산기에 도입한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을 1991년 TV에 적용, 세계 최초로 LCD TV를 개발했다. LCD TV 패널을 생산, 비용 우위를 무기로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샤프는 자사 우수 기술을 자사 제품에만 탑재, 판매했다. 샤프의 LCD 패널을 원한 소니나 파나소닉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샤프는 `원조`라는 자신감에 빠져서 시장을 읽는 눈이 흐려진 것이었다.

그리고 TV 시장 1위라는 타이틀에 취해 해외 시장 개척에 뒤졌다. 샤프의 일본 내수 의존도는 60%로, 도호쿠 대지진 여파 및 일본 내 디지털TV 전환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LCD TV 판매가 급감했다.

자사 외에 LCD 패널을 소화할 곳이 없는 샤프로서는 내수 시장 침체로 LCD 패널 및 TV 재고가 급증, 2011년에 2100억엔 적자로 전환됐다.

한국과 대만 업체는 대량 생산에 집중해 원가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샤프는 고화질, 대화면 등 프리미엄 및 고가 정책으로 생산 능력이 저하됐다. 결국 디스플레이 사업 적자 폭이 늘어나면서 샤프는 대만 폭스콘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파나소닉은 평판TV라는 시장 흐름은 잘 읽었지만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집중함으로써 시장 변동 위험에 노출, 유연한 시장 대응에 실패한 경우다.

파나소닉은 1998년부터 평판TV 시대에 대비, PDP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약 2700억엔 규모의 PDP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일본 내에 2개 PDP 패널 제조 공장과 1개 TV조립 공장 설립, 연간 1300만대 PDP TV를 생산했다.

파나소닉의 예상대로 2000년 이후부터 평판TV 시대가 도래했지만 세계 시장은 LCD TV 중심으로 성장했다. 2008년 엔고까지 가세하면서 TV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자 규모의 경제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500억엔을 투자, PDP 패널 공장을 추가 신설했다. 그러나 이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 한국, 대만 등의 LCD 패널 대량 생산 및 화질 개선으로 PDP TV의 단가가 급락하면서 팔릴수록 적자 규모가 증대했다. 초기에는 PDP 중심이었지만 시장 변화를 읽고 빠르게 LCD로 선회한 LG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여러 경고 신호가 있었음에도 느린 경영 시스템과 폐쇄성 때문에 환경 변화 대처에 실패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