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1세기 치료법`, 각종 악재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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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미국에서 `오바마케어` 이래 가장 중요한 의료 법안으로 평가받는 `21세기 치료법`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소비자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대형 제약사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정권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까지 법안 통과로 부당한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루이스 슬로터 민주당 하원의원은 증권거래위원회에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공화당 하원의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미 의회 보건 분과위원회에서 각종 법안을 의결하면서 관련 기업에 투자를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루이스 슬로터 의원은 “프라이스 의원의 주식거래는 상당한 수입을 올리거나 손실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사실은 내부 정보에 의해 이뤄졌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톰 프라이스 의원이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년간 30만달러(약 3억5922만원) 이상을 헬스케어 기업 주식 매매에 사용했다. 화이자, 암젠, 애트나 등 제약, 헬스케어 기업 40여곳이 대상이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이 프라이스 의원이 주도한 법안에 긍정적 영향을 받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는 임기 중 9건 법안 제정에 앞장섰으며, 35건 이상의 건강 관련 법안을 공동 후원했다. 그 중 작년 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21세기 치료법`도 포함된다.

21세기 치료법은 의약품과 의료장비 승인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산업화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허가 규정을 완화했다. 또 정밀의료, 뇌 연구, 줄기세포 이용 등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에 10년간 48억달러(약 5조7364억원)를 투입한다. 의료정보화는 물론 알츠하이머 치료 등 신 의료기술 개발도 착수한다. 의료산업 전 영역에 걸쳐 제도정비, 근본적 치료법 탐색에 나서면서 `오바마케어` 이래 가장 중요한 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프라이스 의원이 단일 주식 매매로 가장 크게 투자한 곳이 이네이트 이뮤노테라퓨틱이다. 최대 10만달러 규모 주식을 매입했다. 이 기업은 21세기 치료법안 통과 후 주식이 두 배로 뛰었다. 사익 추구를 위해 법안 마련에 앞장섰거나, 법 시행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프라이스 의원뿐 아니라 크리스 콜린스 공화당 의원도 이 기업 주식을 17%나 보유한다.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린스 의원 대변인은 “법안 마련에 참여한 시간 동안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과 버니 샌더스 의원 등 법 시행 반대파도 목소리를 높인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허가과정을 간소화하면서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 대형 제약사만 배불리는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21세기 치료법은 최근 들어 가장 치열한 로비운동을 촉발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2년간 제약, 의료기기 기업, 대학 등 400곳에서 1450명이 넘는 로비스트가 로비에 나섰다. 로비 활동비만 약 2500만달러(약 298억7750만원)에 달했다고 외신은 밝혔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