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식 4차 산업혁명 전략

[데스크라인]한국식 4차 산업혁명 전략

1956년 미국 잡지 `라이프`는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별칭)의 미사일 프로젝트를 단독 보도했다. 미사일은 1개 소대를 태우고 800㎞를 30분 만에 날아가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적진 후방까지 침투하는 야심 찬 기획이었다.

빅 뉴스였지만 독자 반응은 시큰둥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비행이 가능하려면 정확한 고도를 계산하고 보정할 컴퓨터가 미사일에 탑재돼야 했다. 당시 집채만 한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다. 진공관으로 만든 컴퓨터는 기관차와 맞먹을 정도로 전력 소비도 많았다.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 2년 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개발자 잭 킬비는 반도체 집적회로 `칩`을 발명했다. 손톱 만한 칩은 컴퓨팅 혁명을 불러왔다. 유인 우주선이 달 탐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궤도까지 정확하게 계산했다. 인류는 상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서류봉투에 들어가는 컴퓨터, 손목에 시계처럼 차고 다니는 컴퓨터 등을 떠올렸다.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은 인류에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념에 불과하던 자율주행자동차는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자동차 메이커는 앞으로 4~5년 뒤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시판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인류가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올해 CES에서 초기 모델이 제시된 인공지능(AI) 로봇 역시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상용화 궤적을 밟아 갈 것이다. 지금은 상상 속에 있지만 `요리하는 로봇`을 TV처럼 구매하는 시대가 곧 열린다. 실체는 없고 슬로건만 요란하던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가볍게 넘기던 이런 질문도 이젠 묵직하게 다가온다.

4차 산업혁명 하면 `알파고`와 같은 AI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좋은 SW를 구동할 수 있는 핵심 부품과 기기가 먼저 개발돼야 한다. 칩이 발명된 뒤 PC와 윈도 프로그램이 차례로 개발된 것과 같은 원리다. 지금까지 기술혁명은 `소재·부품 개발 → 기기(세트) 개발 → SW 개발`의 전철을 밟아 왔다.

자율주행차도 이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부품이 먼저 개발돼야 한다. 사람이나 사물을 잘 분간할 수 있는 정교한 카메라 모듈이 있어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컴퓨팅 능력이 뛰어난 고효율 반도체, 각종 위험물 정보를 세심하게 감지할 수 있는 초감각 센서도 필요하다. 이를 운용할 SW 개발은 그다음 문제다.

60년 전 펜타곤의 비밀 미사일 프로젝트 실마리도 실리콘 발견과 칩 발명에서 풀렸다. 미국 증시에선 엔비디아, AMD 등 자율주행차 부품 개발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발점이 어디인지 자본이 먼저 알고 움직인다.

4차 산업혁명 경쟁에 한국이 없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세계 최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기업을 보유한 나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가 뭘까. 바로 전략 부재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이 무엇인지, 우리 경쟁력이 무엇인지 하루 빨리 파악해야 한다. 우리 강점을 살린 제대로 된 한국식 4차산업 혁명 전략,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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