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1兆 쓴 금호타이어 본입찰…박삼구 회장 해법은?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에 중국 기업 3곳이 참여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한 업체는 글로벌 13위권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1조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호타이어를 되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에 마감한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에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SAIC)`, 화학회사 `지프로` 등 3곳이 참여했다. 당초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 포함된 링롱타이어와 인도 아폴로타이어는 본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매각 지분은 2009년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 6636만8444주(지분 42.01%)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만500원으로, 채권단 보유 지분 시가는 약 60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8000억~1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SAIC다. IB업계에 따르면 SAIC는 이번 입찰에서 1조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SAIC는 중국 국영기업인 `항톈(航天)과학기술그룹`(CASC)의 자회사다. 이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유기업이다. 때문에 업계는 SAIC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무리한 구조조정과 기술유출 등으로 `제2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이날 인수후보들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평가를 거쳐 다음날인 13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본입찰 당일에는 우선 참여자들이 제시한 조건과 자금 증빙에 한해 검토가 이뤄진다. 13일에는 채권은행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격을 개봉해 우선협상자를 발표하는 절차다.

매각자와 우선협상자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우선매수청구권자인 박삼구 회장, 박세창 사장 부자에게 가격과 조건을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질의를 받고서 한 달 안으로 답변해야 한다. 우선청구매수권을 행사하면 박 회장은 45일 이내로 자금 조달방안과 계약금을 채권단에 내야 한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이용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성공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수자금 조달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 1조원가량을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채권단은 박 회장이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앞세워 본입찰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또 예비입찰에 참여한 펀드와 향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7228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에 안팎에서는 박 회장의 자체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SPC를 세운 뒤 FI(재무적투자자) 등을 끌어들여 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기 때문에 채권단의 매각 룰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