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평화‧약자보호 위해 일해왔다”던 반기문, 서울역 방문에 노숙인들 꽁꽁 언 광장으로 내몰려

출처:/ 영상 캡처
출처:/ 영상 캡처

“인류 평화‧약자보호 위해 일해왔다”던 반기문, 서울역 방문에 노숙인들 꽁꽁 언 광장으로 내몰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연 일정을 변경해 서울역을 방문해 대합실에 머물던 노숙인들이 외부로 쫓겨났다.

지난 12일 오후 귀국한 반 전 총장이 서울역에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역내 보안요원들은 노숙인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비교적 덜 추운 대합실에서 머물던 노숙인들은 ‘치안 유지’를 이유로 순식간에 영하권의 날씨에 광장으로 내몰렸다.

노숙인 이모(54) 씨는 ‘중소기업 명품마루’ 전시관 옆에서 쉬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의 동선에 포함되서일까. 무전기를 들고 나타난 보안요원들은 “관리자가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다”며 이씨를 밖으로 잡아끌었다. 이씨는 “20년 이상 서울역에서 머물러왔지만, 초저녁에 이런 식으로 쫓겨나긴 처음”이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날 밤 서울 긴호는 영하 4도였다.

한편 도정석 철도경찰대장은 “원래 겨울철에는 역사 내에 노숙인이 없다”며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노숙인이) 있다”고 의도적 퇴거 조치를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서울역에 도착해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대합실을 방문했다.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대한민국 반사모 중앙회’, ‘반총련’ 등 반 전 총장지지단체 회원 300여 명이 몰려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색소폰을 연주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이 등장하자 지지단체와 취재진, 경호팀이 한데 뒤엉켜 역사 일대가 마비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역을 떠나자, 비로소 노숙인들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귀국연설에서 “인류 평화와 약자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