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 & Future]<2>다중고(多重苦)를 넘는 이노베이션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8년(2009.1.20~2017.1.20) 임기는 `변화`에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났다. 오바마 뒤를 이어 미국 국민은 `트럼프라고 하는 극약`을 선택했다. 단호한 `미국주의`를 원한 것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실마리는 여기서 찾아야 할 듯 하다.

오바마 정권 출범 때 세계 경제는 2008년 9월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 이른바 리먼 쇼크로 불황의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2008년 월간중앙 11월호에 `벼랑에 선 한국-고환율, 고유가, 고실업, 고물가, 고갈등의 5중고에 시달리는 한국호의 종착지는?` 이라는 제하의 특집이 실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8개월의 성적표다. 다행히 수출 호조가 이어져 1년 만에 터널을 빠져나왔고, 정권이 끝날 때까지 `~중고`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도 `오바마 불황`은 없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동일본대지진이 공식 명칭) 이후 일본에선 6중고가 나왔다. 2011년 중반부터 일본 언론들은 일본 경제가 구조적 문제로 이미 20년에 걸쳐 정체가 지속돼 기업 환경이 악화 일로에 있는데 원전사고 이후 더욱 문제가 늘어나 7중고, 8중고를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6중고는 엔고, 과도한 고용 규제, 높은 법인세,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 자유무역협정 지체, 전력 공급 불안 등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 감속과 정치 정체가 가세하면 8중고가 되는 셈이다.

2012년에 들어서면 `~중고`론은 대유행어가 된다. 중국의 반일 기운이 고조된 데다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심하게 정체되고 있었다.

`결정하지 않는 정치`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다. 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은 6중고 가운데 엔고 하나를 빼곤 5개 문제를 모두 민주당 정권 탓으로 돌렸다. 즉 민주당이 여론에 휘말려 반기업(안티 비즈니스) 정책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2년 12월 26일 자민당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했다. 이후 `~중고론`은 안 보인다.

2013년 8월 6일자 일본 신문 석간후지는 한국경제 6중고를 들먹이며 제조업의 승리 방정식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지탱해 온 국책이 아베노믹스에 의해 붕괴됐다는 해석이다. 또 최대 거래처인 중국 경제의 급감속, 중국 메이커의 저가 공세에 여름철 전력 위기와 인건비 급등 같은 구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2015년 여름부터는 한국 경제가 생산·소비·투자·수출 부진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대의 5중고에 빠졌고, 정권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왔다.

요새는 한국 경제 3중고가 눈에 띈다. 트럼프 시세, 미국의 금리 인상, 대통령 탄핵 정국이다. 저성장 저소득, 물가고 등 3중고로 서민 보호막이 아주 얇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분석과 언론 보도에서 등장하는 `~중고론`은 이제 `다중고`라는 상투어가 됐다.

[곽재원의 Now & Future]&lt;2&gt;다중고(多重苦)를 넘는 이노베이션

세계는 지금 초대중영합주의(hyper populism), 경제의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이라는 3개의 조류 속에 있다. 모든 나라가 같은 환경에서 경제 성장의 길을 찾고 있다. 기업도 나라도 어려운 시대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경제 성장의 엔진은 생산성 향상이고, 생산성 향상을 결정짓는 것은 이노베이션이다.

반복되는 다중고를 넘는 이노베이션은 `테헤란밸리의 르네상스+판교의 스마트시티화양재 테크노밸리의 연구개발 협업+구로·용산·상암·마곡·홍릉 등 혁신 클러스터의 특성화=한국형 4차 산업혁명`이 해답이다.

곽재원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