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별기획/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칼럼>서일경 변리사 "경쟁력 있는 특허명세서 조건"

특허권은 기업 연구개발(R&D) 성과물을 독점적으로 보호하는 권리다. 또 특허는 특허권자가 등록 받은 국가에서만 유효한 속지주의가 적용된다. 그런데 특허권 보호강도는 국가별로 다르다. 특허권을 중시하는 국가일수록 손해배상액이 많고 특허침해인정률도 높으며 등록특허 무효율이 낮다.

서일경 주식회사 노바빈 변리사
서일경 주식회사 노바빈 변리사

일반적으로 미국·독일 등 기술선진국은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에 강한 권한(Pro-Patent)을 부여하고, 기술후진국 또는 제조업 국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특허에 약한 권한(Anti-Patent)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특허권이 강한 국가는 특허소송뿐 아니라 특허출원·거래·라이선스·평가 등 전반적인 지식재산권(IP) 서비스업이 활성화돼 있고, 서비스 수준도 높으며 기업 특허경쟁력도 높다. 하지만 특허권이 약한 국가는 낮은 특허 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특허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 전반적인 IP 서비스업뿐 아니라 특허명세서 수준이 낮다. 특허 보호가 약한 나라는 전반적인 IP 산업 질적 저하가 동반되며, IP 산업 약화는 특허 품질 저하를 수반한다.

한편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특허권을 행사하려면 국내 특허명세서를 번역한 해외특허를 사용해야 하는데, 국내 명세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면 이를 기초로 한 해외 특허명세서도 부실해 특허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내수 위주 업체도 미국 등 해외특허소송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품업체가 국내 완제품기업에 납품했어도 완제품기업이 해당 부품을 사용한 완제품을 수출하면, 부품업체는 직접 해외수출을 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부품으로 인한 해외 특허침해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 완제품업체가 한국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만 판매했더라도 미국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미국특허 침해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최근 판단이다. 결국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도 미국 등 해외 특허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 특허환경에서 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특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만 낮은 특허 리스크에 익숙한 국내 기업이 갑자기 글로벌 수준의 특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특허 경쟁력 기반은 우수한 특허명세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우수한 특허명세서를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특허분쟁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우수 특허의 특징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권리범위 설정이 적정한 특허청구항이다. 특허권은 내용을 구성하는 발명과 형식을 이루는 특허명세서의 결합이고, 특허명세서는 특허청구항과 종래 기술의 문제점, 해결과제, 발명의 상세한 설명 등으로 구성된다. 특허청구항은 권리범위를 확정하는 것으로 권리범위가 넓을수록 포괄적 권리 행사가 가능하지만, 특허출원이 선행기술과 겹치게 돼 거절 및 무효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최근 각국 특허청이 심사결과를 공유하고 심사수준이 향상되면서 무리하게 넓은 권리범위를 지향하기 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보호할 적정선의 권리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논리적으로 기술한 발명의 해결과제다. 발명의 해결과제는 특허발명의 발명 이전에 존재하던 선행기술을 서술하는 것으로, 발명이 도출된 이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발명과 관련된 기술에서 이미 존재했던 선행논문, 선행특허가 나온 배경과 선행기술이 달성하지 못한 문제점 등, 발명이 달성하려는 해결과제를 논리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심도 있게 서술된 발명의 해결과제는 심사과정에서 진보성 흠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특허의 성립성 요건 불충족에 대한 선제 대응이 될 수 있다.

셋째,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기재한 실시예다. 실시예는 추상적으로 기재된 청구항 발명을 구체적인 구현예로 설명하는 부분으로, 특허소송에서 청구항 해석에 다툼이 있으면 발명의 설명의 실시예를 참조해 보충 해석을 하게 된다. 이때 구체적으로 기재된 실시예는 청구항의 보충 해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다양한 실시예 기재가 필요하다.

특허소송에서 사용하는 특허 수가 많을수록 상대방이 대응에 소요하는 비용과 노력이 증가한다. 특히 미국 기업은 특허출원 후 명세서에 기재된 실시예들을 계속출원제도를 통해 분할해 특허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2015년부터 한국 특허청이 등록결정 후 분할출원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우리 기업도 특허포트폴리오 확장이 더욱 용이해졌다.

우수한 특허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특허명세서 작성에 기업의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동안의 국내의 낮은 특허 리스크는 특허에 대한 기업 투자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 특허명세서 품질 향상이 없다면 한국 기업의 우수한 R&D 성과물이 좋은 특허로 이어지지 못하고 해외 특허분쟁에서 한국 기업이 계속 희생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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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경 주식회사 노바빈 변리사 ilkyung.su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