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텔 `고` 플랫폼으로 자율주행차 시장 석권 목표… 연말 BMW와 시범주행

PC, 서버 등 컴퓨팅 분야 프로세서 시장을 이끌어 온 인텔이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마쳤다. 2015년 18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알테라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기술 활용이 골자다. FPGA는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를 뜻한다. 완성차 업체는 인텔 FPGA가 탑재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차의 각종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텔 고 자율주행차 개발 플랫폼.
인텔 고 자율주행차 개발 플랫폼.

플랫폼 이름은 `고(Go)`다. 인텔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7에서 이 플랫폼을 선보였다. 인텔 고에는 아톰 또는 제온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함께 붙는 알테라 FPGA 아리아10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복잡한 기능 구현을 돕는다. 이 제품은 자동차 등급(동작 온도 등)에 맞게 새로 개발돼 나온 제품이다. 고 플랫폼의 기반 프로세서는 인텔 x86 아키텍처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FPGA를 추가로 붙여 다양한 기능 구현 개발에 따르는 시행착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아리아10은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전력 소모량이 40%나 줄었다. 업계 유일의 하드 부동소수점 디지털신호처리(DSP) 블록을 내장, 다양한 비전 SW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인텔 FPGA 활용 대표 전장 업체는 일본 덴소다. 덴소는 사물의 인식, 처리 기술을 활용한 자동 긴급 제동 기능을 인텔 FPGA(사이클론V SoC)를 기반으로 구현하고 있다.

댄 맥나마라 인텔 FPGA솔루션그룹 총괄부사장은 “덴소는 인텔 FPGA를 활용해 수많은 이미지 처리 기술 처리에 성공, 혁신 자동 긴급 제동 기능 등을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고 플랫폼은 인텔 5G 통신 모뎀칩 등과도 호환된다. 2020년 전후로 5G 통신 시대가 열렸을 때 자율주행차에 고속 통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고 플랫폼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도 제공할 예정이다.

인텔 고 개발플랫폼의 구동 원리.
인텔 고 개발플랫폼의 구동 원리.

더글러스 데이비스 인텔 자율주행차그룹 수석부사장은 “인텔 고 플랫폼이 출시됨으로써 완성차와 전장업체는 자율 주행 관련 신기술, 신기능 구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자동차 분야 기술 역량 제고를 위해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자동차 분야 진출을 위해 알테라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바 있다. 지난 CES 2017에선 전자지도 업체 `히어(HERE)`의 지분 15%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자율주행차 기술 고도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인 것으로 풀이된다. 히어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 전용 고해상도(HD) 지도 데이터 업데이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 CES 2017 전시관.
인텔 CES 2017 전시관.
인텔 CES 전시부스에 놓여진 BMW 차량. 인텔의 주요 칩 솔루션이 탑재돼 있다.
인텔 CES 전시부스에 놓여진 BMW 차량. 인텔의 주요 칩 솔루션이 탑재돼 있다.

인텔은 독일 BMW그룹, 이스라엘 모빌아이와 협력해 올 하반기에 미국·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40여대를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과 BMW 등은 지난해 7월 협력 관계를 맺었다.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협력의 골자다. 자율 주행 테스트 차량 시범 운용은 협력 6개월여 만에 나온 첫 번째 성과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BMW, 모빌아이와 관련 기술 개발 비용을 공동 부담하고, 작업 내용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다”면서 “완전한 자율주행차 플랫폼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텔 칩 솔루션이 탑재돼 도로 위를 누비는 차량은 30종에 이른다. 지금은 단순 인포테인먼트 기능 구현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자율 주행 등 기능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데이터센터와 5G 통신 등 인프라 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앞으로 `클` 시장을 미리 점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