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최악` 면한 삼성…대기업 겨누던 특검은 힘빠져

대기업 겨누던 특검은 힘빠져…그룹 정상화·내부 동력 재정비 집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은 한숨 돌렸다. 이 부회장은 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기하고 있던 서울구치소에서 바로 귀가했다.

특검은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특검은 18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 없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힘은 빠지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범죄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삼성 수사를 밀어붙였지만 결국은 머쓱해졌다. 지난 50일간 특검 성적도 정유라 부정입학,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승패로 나뉜다면 이번 영장기각으로 패쪽에 가깝다.

◇최악 사태 면한 삼성

삼성은 현직 최고경영자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는 면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 고강도 수사와 영장 청구 기간과 실질심사 과정에서 피폐해진 몸상태를 추스를 여유도 없이 곧바로 그룹 정상화와 내부 동력 재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은 면했지만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 받아야하기 때문에 여전히 특검 리스크가 최고경영진 전반에 걸려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가 긴급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비됐던 경영활동 재정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삼성이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연말부터 이어진 강도 높은 수사로 사실상 마비됐던 경영 정상화가 급선무다. 무엇보다 특검 수사로 어수선해진 그룹 조직 정비가 시급하다. 불구속 수사가 이어지겠지만 최대한 일시 정지했던 현안을 해소해야할 시점이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마무리 작업, 조직개편, 임원인사 등을 서둘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 이후 그룹 경영 컨트롤 타워 역할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동력에 상처

박영수 특검은 전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고비에서 기세가 꺾였다. 영장 기각과는 무관하게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법원은 특검이 주장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이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특검이 수사를 통해 밝힌 소명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검으로선 앞으로 수사에 난기류가 일 수밖에 사건이다.

박영수 특검의 초강수가 사실상 `악수`가 되면서 앞으로 특검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 수사에 초점을 맞춰 시작부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역풍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계는 무표정하게 `안도`

재계는 영장 기각에 드러내놓고 반기는 표정을 짖지는 못하지만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다른 대기업까지 잇따라 총수 사법처리를 걱정하는 눈빛은 많이 걷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상당한 경영 차질을 빚었다는 점도 사법당국에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경제상황과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상황논리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은 영장 기각 후에도 `변함없이 원칙대로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수집 증거, 관계자 진술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수사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 전망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