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삼성, 파국은 면했지만 `계속 긴장`…다음 타깃도 주목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며 삼성그룹은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신병 상태가 불구속 상태일 뿐 수사는 지속된다. 삼성은 재판이 끝나 무죄판결이 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비상 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삼성 관계자는 “구속 영장 기각은 단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지속한다는 걸 결정했을 뿐”이라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질 수 있어 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 수뇌부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법정 구속될 수도 있다. 수년 전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된 바 있다.

삼성은 특검의 영장 재신청 가능성과 불구속 기소 등도 지속되는 법리 공방에 대비하며 `430억원 뇌물 공여` 등 혐의 무죄 입증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최소한 이재용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회사로 출퇴근을 하면서 경영 활동을 챙길 수는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계속되는 한 조직개편, 사장단 인사, 지주사 전환 작업 등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삼성은 최대한 검찰 수사와 기업 활동을 병행하며 우선적으로 다급한 현안을 챙긴다는 계획이다. 우선 9조원가량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긴급 현안은 적극 해결할 계획이다. 올해 세부 사업전략 수립과 투자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연말부터 미뤄진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는 특검 수사 중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검수사가 마무리 되고 책임자 문책 등이 이뤄진 후에야 조직 정비를 마치고 인사개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대상으로 조치한 출국금지를 풀면 제한적으로 해외 현장 경영에도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초청을 받고도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열린 `테크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달엔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 엑소르 이사회도 열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간 뇌물 의혹 수사는 중단 없이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부회장 구속 무산과 무관하게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도 수사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모두 774억원이고 돈을 낸 대기업은 53곳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GS, 한화 등 16개 그룹 소속 기업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특검의 다음 타깃은 SK그룹이다. SK는 박 대통령이 2015년 최태원 SK회장 특별 사면을 고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롯데도 면세점 인허가 등 현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거래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CJ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 광복절 사면이 부정한 거래 결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다른 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