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매슬로의 욕구단계설과 EV 정책

[기고]매슬로의 욕구단계설과 EV 정책

리더십을 배우면서 조직 성과향상을 위한 동기부여(motivation) 이론에 등장하는 것이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A.H. Maslow)가 1943년 발표한 논문 `인간 동기의 이론`에서 주장한 욕구단계이론이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좀 더 정치한 이론들이 추가되었지만, 아직까지 동기부여에 관한 보편적 이론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간의 욕구를 피라미드처럼 계층의 순으로 배열된다고 보고 맨 하단에 의·식·주와 같은 인간의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생리적 요구, 육체적경제적 안전을 원하는 안전의 요구,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 타인으로부터 평가와 존경을 받길 원하는 자기존중 욕구 그리고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발휘해 창조적 인간이 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를 최상의 단계로 구분했다. 다섯 계층구조는 하위계층의 욕구가 충족되면 상위계층의 욕구를 추구하게 되고, 이미 충족된 욕구는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단순히 조직에서 급여나 복지를 높이기만 하면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매슬로 법칙은 그렇지 않음을 일러 준다. 일정 수준까지는 생리적, 안전의 욕구를 필요로 하지만, 이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이 동기부여의 원천인 것이다.

여기서 전기차(EV)보급과 관련한 일련의 정책과 비교해 보면 여러 의미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은 정부의 지속적 노력으로 더디지만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 전국 전기차 보급수가 1만대를 돌파했고 특히 제주도는 전체 차량의 4000대를 훌쩍 넘어 전체의 1%를 넘어 2%를 향하고 있다. 올 연말이면 5%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제주는 지난해 말 `전기차 2.0시대`를 선포하고 기존의 보조금 중심에서 인프라, 생태계, 문화·관광 위주로, 즉 官주도에서 이용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한 즉, 유저와 함께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기차 이용자 커뮤니티인 `이버프(EVuFF)` 등 적극적인 참여로 목표했던 4000대를 넘어 연말 기준 5269대가 등록됐다.

EV 선진국은 초기의 보조금 위주에서 고속도로 전용차선 이용과, 주행료·주차료 감면 등의 이용자 편익으로 방향을 전환해 성공했듯이 우리나라 정책도 하위단계 정책과 같은 규제나 보조금 중심에서 자율적 시장경제 원칙을 통한 시장 참여자들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EV의 성능, 쾌적성, 10분의 1에 불과한 유지비용 등 매력이 입소문으로 전파되고, 1세대를 넘어 2세대인 주행거리 300km를 넘는 중·대형과 전기차가 출시되는 시점부터 퀀텀 점프가 일어날 것임은 조그만 통찰력을 동원하면 알 수 있다.

우리 EV시장이 해외 시장 전문가 경연장이 되지 않도록 국산 EV 활약과 메이커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충전요금이나 정책을 변경할 때, 시장원리에 충실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함에는 미래를 예지하고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파이가 커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하며, 초기의 세금을 통한 시장형성기를 지나 종국에는 민간부문이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윤석철 교수의 기업생존 부등식 V>P>C가 생각난다. 어떤 기업도 Cost(원가)보다 높은 Price(가격)을 받아야 하고, 가격보다 높은 Value(가치)를 창출해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이 가슴에 다가 오며, 연초에 다녀 온 미국 CES 현장과 작금의 현실이 겹치면서, 때 묻지 않은 정책과 완성도를 기대한다.

박규호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khpark@kevc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