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4>홈쇼핑에 의사가 출연하는 이유, 공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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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법률 정보를 알려 주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다. 프로그램에서 정보 제공자로 등장하는 주요 게스트나 패널이 우리 사회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대표 의사,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건강 프로그램에서 의사의 발언은 이튿날 시장 상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건강에 관심이 큰 일반 시청자들이 의사의 처방(?)을 바로 실천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품이 우리 몸 어디에 좋다고 말하면 그 식품은 이튿날 품귀 현상을 치르게 되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이 불러들이는 높은 공신력 때문이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모르면 당할 수도 있는 법률 상식을 채널을 고정시키고 시청하기만 하면 수수료 없이 거저 얻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에게 이들 프로그램은 은혜롭기만 하다.

홈쇼핑에서 `매출`은 `인격`이다. 인격을 높이기 위해 연예인이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하고 개발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쇼호스트가 매번 파는 물건마다 좋다고 말하는데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등장해서 “자신도 물건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 연예인과 같은 제품을 쓴다는 동질감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들처럼 예뻐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유능하고 매력 있으며 호감 가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를 단순보상효과(simple reward principle)라 한다.

연예인 게스트보다 강력한 공신력을 바탕으로 매출 신장에 일조하는 직업군이 의사 게스트다. 시청자, 소비자에게 의사의 말 한마디는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 그 자체다. 의사라는 특화된 직업의 전문성이 `믿고 따르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란 어떤 영역에서 보통 사람이 흔히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수행 능력을 보이는 것이고, 이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체계화된 훈련을 장기간에 받아서 일정한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조식품 방송에 의사가 게스트로 나오는 이유다.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에 따르면 설득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메시지의 영향력은 7%밖에 되지 않는다. 메시지 내용보다 누가 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즉 동일한 내용을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신뢰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에서 의사소통 능력 평가에 공신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공신력의 요소가 되는 친밀함, 신뢰감, 능력, 사교성, 인맥, 침착성, 외면 매력, 긍정성 등이 많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들이 의사소통 능력과 설득 효과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공신력의 바탕은 신뢰다.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성실한 태도, 건강한 사고, 일관된 행동, 가식 없는 언행이야말로 가장 일반화된 공신력의 기준이며 설득의 힘이 된다.

우리는 매일, 주변에서 공신력을 평가받는다. 학교, 직장, 가정에서 자신을 믿는 사람이 적다면 내가 보인 태도·생각·행동·말이 상대방에게 부정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새해 버킷리스트에 `공신력 높은 사람 되기`를 적어 보자. 그리고 주변에 자기 인생을 축복하고 응원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보내 주는 여러 가지 언어·비언어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자.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