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패스, 사람 뇌 닮은 칩 사업 첫발…美GV와 독점 기술계약

네패스, 사람 뇌 닮은 칩 사업 첫발…美GV와 독점 기술계약

네패스가 사람 뇌를 닮은 칩 사업에 뛰어든다. 사람 뇌와 비슷한 구조를 한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적용, 인공지능(AI)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웨어러블과 자율주행자동차 등 각종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포부다.

22일 네패스는 미국 반도체 기술업체 제너럴비전(GV)과 뉴로모픽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네패스는 GV의 아키텍처 설계를 받아와 AI 구현 칩을 디자인한다. 영업, 마케팅도 네패스가 맡는다. 디자인된 칩(Die) 생산은 동부하이텍 110나노 파운드리 공정 라인을 활용할 예정이다. 패키징은 네패스가 직접 한다. 첫 제품은 576개 뉴런을 지닌 NM500이다. 2분기에 초도 샘플 생산을 시작하고, 양산은 3분기에 한다.

네패스는 그동안 반도체 외주패키지테스트(OSAT) 사업을 주력으로 펼쳐 왔다. 독자 브랜드 칩 사업 추진을 위해 최근 퓨처 인텔리전스 사업부를 신설했다.

안정호 네패스 퓨처 인텔리전스 사업부장(상무)은 “네패스가 보유한 팬아웃,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혁신 패키징 기술을 접목, 시너지를 낼 것”이라면서 “샘플이 나오면 주요 가전업체와 자동차 관련 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뉴로모픽 아키텍처는 수많은 신호 스위칭 체계를 마치 사람의 뇌 세포처럼 구성한 구조를 뜻한다. 신경세포(뉴런)를 모방해 만들고 이를 여러 갈래로 연결(시냅스)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병렬 처리에 최적화됐다. 순차 처리 방식의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업계는 AI 구현에 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GV의 뉴로멤 아키텍처를 적용한 AI 뉴로모픽칩 CM1K
GV의 뉴로멤 아키텍처를 적용한 AI 뉴로모픽칩 CM1K

GV는 뉴로모픽 아키텍처 분야 선도 업체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가이 팰리엇은 1993년 IBM과 협력해 최초의 뉴로모픽 아키텍처인 ZISC36를 개발했다. GV 뉴로모픽 아키텍처인 뉴로멤(NeuroMem)은 뉴런당 개별 메모리를 배치한 구조로,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학습 시간과 학습 내용을 기반으로 연산하는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인텔이 이미 GV 뉴로멤 기술을 라이선스해 사용하고 있다. IoT용 초소형 칩셋인 쿼크에 128개 뉴런을 내장한 뉴로멤 기술이 내장됐다. GV 기술을 활용한 AI 뉴로모픽 칩을 완성품에 탑재하면 무궁무진한 활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텔은 큐리 IoT 모듈을 활용한 각종 스포츠 레슨 시스템을 CES 2017에서 선보였다.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프로 타자의 모션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보자 또는 프로 지망생이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는 식이다. 유럽에선 물고기 종류 학습, 인식 시스템 관련 구현 사례도 나와 있다. 잡은 물고기를 종류별로 자동 분류하면 인건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네패스가 선보일 NM500은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칩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팰리엇 CEO는 “네패스의 최첨단 패키징 기술로 다양한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하는 최적의 AI 뉴로모픽 칩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패스는 내년부터 AI 뉴로모픽칩 사업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