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아도는 전력 이대로 괜찮은가

연이은 한파에도 전력공급 시장은 너무나 안정적이다. `전력피크` `전력예비율`이란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공급되는 전기가 수요에 비해 넉넉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안을 담은 한국전력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최종 인가한 지난달 말 이후에도 상황은 변함없다.

올해 건설되는 발전소가 11기가와트(GW)를 넘어선다. 올해 말까지 신규로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발전소 설비용량이 1만2475㎿다. 반면 설비 폐지로 전력계통에서 빠지는 용량은 1317㎿에 불과하다. 올해만 1만1158㎿(11.1GW) 발전량이 추가된다. 무려 원전 11기와 맞먹는 양이다. 그나마 소규모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제외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겨울·여름철 피크기간에도 15% 수준 예비율을 보일 전망이다.

전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발전사 수익성은 최악이다. 지난 2015년부터 급전 순위가 밀린 노후발전소와 LNG발전소의 영업일수와 가동시간은 급격히 줄고 있다. 전력거래가격(SMP)도 바닥이다. 일부 발전사는 지어진지 2년 밖에 안된 발전소지만 올해 100억원대 이상 적자를 예상할 정도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환경설비 추가를 위해 일부 가동정지에 들어가지만 공급량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력공급 안정을 근거로 공급 여유를 잡아온 정부에 수요예측 실패 책임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겨울철은 냉방을 하는 여름철에 비해 전력사용량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정부 해석은 한가하다.

지난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수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고심 끝에 논의한 장기계획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며 마냥 손 놓아선 안 된다. 제한적시장경쟁이나 계약시장 등 제도틀 안에서 이를 보완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