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소재개발] 한국산 폴더블폰 뒤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핵심 소재가 있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양산을 앞뒀다.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배리어필름은 이미 양산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으로 공급 중이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가 추진한 세계일류소재개발(WPM)사업 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소재(SFD) 사업이 큰 바탕이 됐다.

SFD 사업은 폴더블 스마트폰 등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첨단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 기술 확보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구현에 필수적인 투명, 불투명 PI기판과 배리어필름 개발에 성공했고 일부 결과물은 일찌감치 양산을 시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0년 시작해 올해 사업 마무리를 앞뒀다.

WPM SFD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양산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SFD 사업을 토대로 신사업에 진출했고 이미 해당 분야에서 가시적 결과물을 일부 거두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화면 캡쳐)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화면 캡쳐)>

◇투명, 불투명 PI기판 개발 성공,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 연다

액상 형태 반제품인 투명·불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Varnish) 타입 필름 개발 과제에는 코오롱 중앙기술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SDI, 경인양행, 에스엠에스(SMS), 한국화학연구원이 참여했다.

WPM SFD 사업단은 유리를 대체하면서도 유리 투명성과 높은 내열성을 모두 갖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투명 고분자 종류는 많지만 300도 이상 견디는 재료가 많지 않은데다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불투명 재료는 기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공정 특성을 반영해 450도 이상 고온을 견뎌야 하므로 초고내열성을 갖는 게 숙제다.

SFD 사업단은 투명과 불투명 재료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불투명 폴리이미드는 열전도성이 낮은 폴리이미드 바니시에 열전도성이 높은 무기 필러(filler)를 도입해 폴리이미드 기판의 열전도성과 배리어(barrier) 특성을 높였다. 열전도성을 높이면 고온 처리시 유리기판과 폴리이미드 필름간 온도차를 줄일 수 있게 돼 열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열처리 공정 시 빠르게 열에너지를 가할 수 있으므로 열처리 공정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무기 필러 분산액은 특성이 다른 유기물과 무기물을 혼합해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물성을 차별화하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유기 고분자 고유의 특성에 무기물 장점인 높은 열전도도, 낮은 열팽창계수, 내식성, 전기 절연성 등을 부여한 하이브리드 복합 필름을 구현했다.

안정적인 원료 관리 스펙도 확립했다. 불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는 일반 유기 분산제를 사용할 수 없고 높은 온도를 거치는 특성을 감안했다. 투명 바니시는 투명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수십나노급 수준의 분산액을 사용했다.

코오롱 직원이 WPM SFD 사업으로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를 코팅해보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코오롱 직원이 WPM SFD 사업으로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를 코팅해보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양산 준비도 순조롭다. 이 사업에 참여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를 양산할 수 있는 300리터 규모 파일럿 설비 스펙을 갖췄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용 폴리이미드 필름 소재 신뢰성 평가법, 굴곡 시험법, 광원에 대한 수명 테스트 방법을 개발했다.

투명 폴리이미드 바니시는 중간 결과물을 일부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종 목표인 기판용도는 아니지만 터치용 기판을 위한 바니시, 코오롱의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위한 바니시를 판매해 10억5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코오롱은 투명 PI 필름 양산 준비에 착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8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총 900억원을 투자해 양산 설비를 구축키로 했다. 양산을 시작하면 연간 2000억원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성능 지키는 배리어필름도 국산화

OLED 재료는 수분과 산소 등 `유해 가스`에 접촉하면 성질이 변해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성능 유지를 위해 가스 차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배리어 코팅 기술이 필수다.

WPM SFD 사업단은 △고분자 필름 표면의 거칠기를 조정하는 평탄화 코팅 △배리어 증착 △배리어층 보호 코팅기술을 개발했다. 이 사업에는 LG화학, 아이컴포넌트, 세라믹연구소, KIST, 고려대, 경희대가 참여했다.

평탄화 코팅은 고분자 필름 표면 거칠기를 0.5나노미터(㎚)로 구현했다.

미국디스플레이조합(USDC)이 제시한 고분자 기판 소재의 표면 거칠기는 5㎚ 이하다. 실제 상용화된 고분자 필름의 표면 거칠기도 0.5㎚보다 훨씬 크지만 디스플레이 전체 면적에서 단 한 부분이라도 거칠기가 커지면 소자 기능이 떨어진다. 이를 감안해 상용화된 고분자 필름의 표면 거칠기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구현했다.

수분투과도(WVTR)는 OLED 디스플레이 용도로 요구되는 10-6g/㎡·day를 구현했다. 일반 고분자 필름에 스퍼터링 방식으로 진공 증착해 높은 가스차단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판에 밀도 높은 무기 박막을 얇게 형성하는 형태다.

배리어필름 적용 분야에 따른 수분 투과도 (자료=산기평)
<배리어필름 적용 분야에 따른 수분 투과도 (자료=산기평)>

높은 가스차단성을 위해 무기 박막을 증착한 뒤에는 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 보호 코팅이 필요하다. 무기 박막층 두께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얇아서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배리어 증착층에 잘 붙고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용액 코팅 기술을 구현했다.

SFD 사업단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고분자 기판-평탄화층-배리어층-보호층으로 구성된 3층 구조의 배리어필름을 개발했다. 스퍼터링 방식의 배리어 증착 기술과 별도로 롤투롤(Roll-to-Roll) 공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배리어필름 공정 모식도 (자료=산기평)
<배리어필름 공정 모식도 (자료=산기평)>

배리어필름 개발 과제에 참여한 아이컴포넌트는 이미 상용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용보다 수분투과도 특성이 낮은 10-³~10-² g/㎡·day 수준의 배리어필름을 양산해 퀀텀닷(QD) 디스플레이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이컴포넌트의 배리어필름 사업은 이미 회사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충석 WPM SFD사업단장은 “코오롱의 경우 투명 PI기판 연구개발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으나 정부 과제에 참여하면서 고비를 잘 넘겼고 세계 최초로 투명 PI기판 양산을 앞뒀다”고 말했다.

또 “배리어필름 양산을 담당한 아이컴포넌트는 정부 과제를 성공적인 신사업으로 연결한 사례”라며 “첨단 디스플레이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도 한국이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개한 폴더블폰 시제품을 살펴보면 투명 PI 대신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사용하는 등 국내 제조사가 준비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며 “폴더블폰용 핵심 소재와 부품 사양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준비한 만큼 향후 세계 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